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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제로 Jun 18. 2021

휴대폰은 뜨거운 돌덩어리다.

지금부터 휴대폰은 뜨거운 돌 덩어리다. 만지지 말자.
사진출처 : 언스플래쉬


언제부터인지 휴대폰에 누군가의 연락이 오지 않으면 불안해졌다. sns에 게시물을 올렸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면 서운해졌다.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하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쯤 알고는 있다. 하지만 나만 이렇게 혼자인 건 아닌지. 다들 나 빼고 즐거운 건 아닌지 자꾸 비교하다 조용한 휴대폰을 붙들고 외로워지는 건 나의 심각한 병증이다.


휴대폰은 몸이 떨어져 있다고 해도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고 문자를 나눌 수 있고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스마트폰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인터넷은 물론 각종 어플을 통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손 안의 또 다른 세상이다. 나는 근래 이 손 안의 세상이 조용하다는 이유로 더 외로워하고 있었다.


차라리 휴대폰이 없는 세상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연락을 하려면 시간과 장소를 정해 서로 기억해서 딱 맞춰 나가야 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고 아주 가끔씩 공중전화로 전화해야 하는. 그런 아날로그 시대에 살았다면 내가 지금과 똑같이 외로움을 앓았을까?


그때는 그때 나름의 답답함이 있었겠지만 적어도 경솔하게 연락하는 경우라던지, 뜨지 않는 숫자 1에 대한 집착은 없지 않았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자 문제점을 알면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몰려왔다. 스마트폰은 술과는 또 다른 중독이었다.




깨닫고 보니 나는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휴대폰과 함께 했다. 유튜브로 영상을 본다던지, 여행을 가서도 다른 이와 통화를 한다던지, 웹툰을 본다던지 하며 말이다. 휴대폰밖에 세상보다는 그 안의 세상이 더 흥미로웠고 가족들과의 대화보다는 친구들과의 단체 톡방에 관심을 기울였다. 애인이 있을 때는 하루 종일 애인과의 채팅, 전화에 집착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요새는 책 한 권을 한 번에 읽은 기억이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진 않았을까 싶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이 어플 저 어플 눌러보다가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더 나아가 이제 두 시간짜리 영화도 너무나 길게 느껴졌고, 유튜브에서 해주는 20분짜리 요약본을 챙겨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중독이 꽤 진행된 듯했다.  





어느 주말.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폰을 던져두고 하루 동안 다른 일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미뤄두던 블로그도 하고, 동생이랑 티비로 만화도 보았다. 하필 궂은 날씨에 밖을 나가진 않았지만 나름 홈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 땀도 흘렸다. 요리도 직접 해 먹었다.


눈은 티비를 보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다른 곳을 향했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계속 손이 근질거렸다. 확인하고 싶었다.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못 참고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대략 여섯 시간 정도 지난 후였다.


전화기록 없음, 단체 채팅 외에 개인 채팅 온 것 없음, 당연히 광고 문자 외엔 문자 온 것도 없음.


역시 방구석 아싸의 휴대폰. 텅텅비어있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확인해 볼 가치가 딱히 없었다. 나는 괜히 화면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유튜브만 삼십 분가량 보고는 다시 폰을 내려놓았다. 나름의 충격이었지만 현실로 와닿기는 했다. 이게 현실이다. 기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저 휴대폰은 역시 시계 외엔 도움되는 기능이 없다.


그렇다면 집착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이후에도 여러 번 휴대폰을 확인해 봤지만 특별한 연락은 여전히 없었다. 여러 번 깨지며 휴대폰을 멀리하려고 하다 보니 이게 또 나름 익숙해져 버렸다. 휴대폰을 멀리 하니 연락이 안 오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집착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부터 나는 휴대폰을 뜨거운 돌덩어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건 그냥 돌덩어리일 뿐이다. 심지어 아주아주 뜨겁기 때문에 만지면 손에 화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겨우 돌덩어리 때문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들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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