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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제로 Jun 22. 2021

외로운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외로움을 느끼는 너가 부러워
사진출처 : 언스플래쉬

전에 외로움을 타지 않는 친구를 부러워한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외로움에 허덕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외로워서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 같은 일인지 말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 날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너가 부러워"라고.


나는 당연히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반문했다. 이게 얼마나 힘든 감정인데 이걸 부러워하느냐고 말이다. 그것도 요즘 외로워서 힘들다는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너는 외로움을 느끼니까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같이 있을 때 더 행복하다는 감정도 느낄 수 있잖아. 나는 누군가가 옆에 없어도 외롭지 않고 있어도 그냥 그래. 난 앞으로 연애하기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의아해하는 나에게 친구가 덧붙인 말이다. 사실 날 위로해 주기 위한 하얀 거짓말일 수도 있으나 어찌 됐든 나에게는 울림이 컸다. 


내가 감정이 풍부한 편이라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 또한 풍부한 감정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었다.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부럽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나는 오히려 평소 친구의 곧게 뻗은 소나무 같은 의연한 모습을 부러워했다. 이 친구는 워커홀릭에 가까웠는데,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들어간 회사에서 벌써 10년 가까이 버티고 있다. 영업판매직으로써 고객들에게 시달리면서도 매달 판매왕을 찍고야 마는 근성이 있는 친구였다. 항상 찡찡거리는 나와는 달리 무슨 일이 있어도 덤덤하게 넘기는 그런 아이다. 


MBTI 검사에서 F와 T의 차이가 이런 것일까. 내가 감정에 휘둘리는 내 모습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는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무덤덤한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알게 모르게 서로의 반대되는 모습을 부러워 하고 있었다. 


나는 이후로 이 말을 종종 떠올리며 위로받았다. 외로움을 느끼는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정의 폭이 좀 더 넓은 사람일 뿐이며 괴롭긴 하지만 외로움이 진짜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다. 외로움을 알기에 누군가 곁에 있을 때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즐거운 일인지 깨달을 수 있다. 어쩌면 외로움을 탄다는 게 나쁜 일만은 아닐 수 있다. 


자주 세상은 단단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걸로 보인다. 주변 상황에 하나하나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감정의 폭이 크지 않은 사람이 성숙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이 진짜 멋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민하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별로라는 생각은 앞으로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더 많은 감정을 알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더 많은 감정을 알기에 한없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한없이 밝아질 수도 있다. 이건 이러한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감정의 황홀경이다.


지금도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하나만으로 한없이 긍정적이게 변하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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