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이번 주말에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 억지로 약속을 잡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그동안 쓰고 싶었던 글들을 마음껏 써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토요일, 늦은 오후 눈을 뜨니 텅 빈 집안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월요일의 결심은 잊은 채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 거린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주말을 맞아 신나게 놀러 나가는데 나만 동떨어진 기분이 든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최근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야 성공하기가 쉽다는 글을 읽었다. 여기서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낸다는 말은 단순히 어떤 공간에 홀로 있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아니라 그야말로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예전엔 착각했던 적이 있다. 외롭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로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티브이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폭식을 해놓고서는 혼자 시간을 잘 보냈다고 자기 위로를 했었다. 사실 이렇게 보낸 시간은 보냈다기보다 때웠다는 말이 어울리는데도 말이다.
나는 공허한 마음을 스스로 채울 수가 없어 무언가에 의지해야만 했다. 그게 어떤 날에는 마냥 빵빵 터지는 예능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머릿속을 텅 비워버리는 알코올이 되기도 했다. 가끔씩이라면 힐링했던 시간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계획했던 일들을 뒤로 미루고 그것들만 행했다면 그건 현실도피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현실도피가 반복되면 속에서 더 큰 외로움이 자라난다. 죄책감과 자괴감은 점점 스스로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 외로움이란 감정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는 걸까.
마음에서 시작된 병은 마음을 고쳐먹어야 해결이 된다. 즉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영영 혼자서는 발전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다.
우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덩그러니' 남겨졌다는 생각부터 바꾸기로 했다. 오늘은 아무와도 약속이 없는 날이 아니라 드디어 나를 위해 발전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이게 정신승리라고 한다면 흔쾌히 그게 맞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도 스케줄표를 작성했다. 내가 오늘 무엇을 하려고 마음먹었는지, 또 그중에서 무엇을 실제로 했는지 적었다. 그러고 나면 나의 하루는 유의미한 것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날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노력한 날로 남게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작가라는 꿈을 위해 무작정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글을 썼다. 블로그 포스팅부터 브런치, 소설까지 단 한 줄 뿐이라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쓰고 나면 외로움의 빈 잔 속에는 성취감이 조금씩 채워졌다. 전혀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생각의 전환이었다. 내가 먼저 다르게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그대로고 바뀌지 않는다. 외로움에 잠식당할 것인지,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변환할 것인지도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다. 이러한 사실조차 외롭고 두렵지만 결국은 내 인생이다.
사실 아직도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깊은 땅 속에 가라앉은 것 같은 무거운 고독감에 짓눌린다. 외로움과 공허함은 인간의 본성이고 내가 가져가야 할 평생 숙제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부분은 숙제에 대한 해답이 수만 가지나 다양하게 존재하며, 그중 긍정적인 답변도 분명 여러 개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오답노트를 적어본다.
-그저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면 외로운 나날이 되지만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낸다면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그 시간들은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시간이어야 한다. 자괴감이 아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나를 위해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