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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제로 Jul 13. 2022

외로울 땐 단백질을 먹자

최근 필라테스를 무려 4개월째 꾸준히 하고 있다. 인내심이라곤 없는 나의 성격을 되짚어봤을 때 처음에는 당연히 한 두 달 하다가 그만둘 줄 알았고 할인율이 적더라도 2개월 단위로 나눠서 등록했는데 이렇게 성실하게 다닐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인받고 6개월로 결재할 걸 그랬다.


어찌 됐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열심히 나가다 보니 최근에는 주변인들에게 거북목이 많이 나아진 것 같다는 칭찬을 몇 번 듣게 되었다. 원래 그렇게 심했나 싶긴 했지만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물론 스스로 느끼는 변화도 있었다. 수업을 나가면 나갈수록 같은 동작이 덜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내 몸에 근육이라는 게 조금씩 붙고 있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졌다. 비록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못해 탄탄하고 건강한 돼지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주 조금씩 단단해지는 몸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몸짱처럼 보일 수 있을까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겨우 한 시간씩 일주일에 세 시간을 투자하고서는 어림도 없을 듯하다. 크고 단단한 멋진 근육을 만들려면 훨씬 더 오랜 시간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새삼 신기했다. 말랑한 지방덩어리로 가득한 살에 고통과 상처를 주면 크고 단단해진 근육으로 변화된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그런 절차를 밟게 되었는지 두연 궁금해졌다.




우리 몸속에 있는 근육은 알고 보면 수많은 가닥의 근섬유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근육을 사용해 운동을 하게 되면 이러한 근섬유에 상처가 생기게 되는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근처에 있던 위성 세포와 단백질이 손상된 근섬유에 붙어 합쳐지게 되고, 이러한 회복과정을 거쳐 단단한 근육이 생성된다. 상처가 생기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우리는 근육통이라고 부르며 상처를 더욱 잘 치료하기 위해 운동 후 단백질을 먹는 것이다.


즉, 지방으로 가득 차 있던 몸을 근육질로 바꾸기 위해서는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에 계속 상처를 내야 하며 상처 회복을 위해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근육은 더욱 두꺼워지고 어느 순간 더 강한 자극이 아니면 상처가 거의 나지 않게 된다.




먹방과 헬스 유튜브가 동시에 유행하는 요즘 시대에서 굳이 고르자면 먹방을 선택하는 나지만 근육질 몸매는 솔직히 되고 싶다. 그야말로 헬짱이 된 나는 모르긴 몰라도 아마 지금보다는 훨씬 멋있어질 것이라는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미적 효과뿐만 아니라 근육은 우리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며 더욱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한 의미에서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이 마음속 근섬유에 새겨진 하나의 생채기라고 한다면, 단백질로 덮어 회복시킨 다음 크고 단단한 근육질 마음을 만들어 같은 상처에도 아픔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떠올리다 보니 나는 근육질 몸매보다 근육질 마음이 더 갖고 싶어졌다. 근육질 마음을 만들어 줄 단백질은 뭐가 있을까.


우리는 보통 단백질이라고 하면 닭가슴살과 콩, 단백질 셰이크 등을 떠올린다. 다른 음식에 비해 고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근육을 만드는 데에 커다란 공헌을 하는 식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근육질 마음을 만드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라리 매콤한 떡볶이나 바삭하고 노릇노릇한 치킨, 머리가 울릴 정도로 달콤한 초콜릿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떠난 여행에서 만난 고요한 밤바다라던가 유치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는 만화영화, 내 몸에 찰떡으로 어울리는 티셔츠 같은 것들도 단백질이 될 수 있다. 고작 닭가슴살 정도에 국한되지 않으니 선택지가 무수히 많다.




회복하면서 성장하는 근육은 휴식시간이 매우 중요해서 같은 부위를 연속으로 운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에도 쉬어가는 날이 있어야 한다. 쉬는 동안 섭취한 단백질은 상처 위에 스며들어 상처를 아물게 하고 우락부락한 근육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니까 외로울 때는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한밤 중에 컵라면을 손에 들었다. 후루룩 소리와 함께 마음이 든든하게 채워지는  이거 나트륨 섭취 아니고 단백질 섭취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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