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는 고사하고
우리 부모 세대 결혼식 주례사에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겠습니까?
네!!!
이 질문에 신랑과 신부는 우렁차게 대답했다.
대답에 대한 책임감 때문만은 아닌, 인내 또는 사랑이라는,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냈던 그 시절
요즘엔 그런 요구나 바람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나도 물론이고 나의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사는 것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이다.
한편으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부모 세대처럼 쉽지 않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가정이 있으리라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겠노라!!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군가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옥수수는 5월경 모종을 심는다.
초보텃밭러는 씨보다는 모종을 사다 심어야 그나마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꼭 잡초처럼 의미 없이 생긴 옥수수 모종이지만
모든 모종이 그렇듯 작고 볼품없다고 무시하기엔 너무 이르다.
이 자그마한 풀때기 같은 이것이 장차 그 키가 어마 무시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처음 옥수수를 심어 수확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사실 반신반의 하며 텃밭 제일 가에 심었다.
키가 2m까지 훌쩍 커지기 때문에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야 다른 작물이 햇볕 받는 걸 방해하지 않는다.
결혼식 후 지인들과 단체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키가 크고 늘씬하여 충분히 센터가 될만한 재능을 가졌지만 자연스럽게 슬금슬금 제일 끄트머리로 빠지는 격이다.
그런데 모종을 심고 몇 날 며칠이 지나도 모양새라고는 잡초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느낌 정도에 그쳤다.
그것에 열매가 열린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소중하고 소중한 열매가 맺혔다.
아이들은 옥수수를 먹어만 봤지 직접 키워 열매를 수확하고 껍질을 벗겨 그 속살에 옥수수 알맹이가 박혀있는 걸 본 건 첫 경험일 게다.
신이 났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텃밭만큼 완벽한 놀이터는 없다.
무궁무진한 놀잇감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다.
놀이터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의 먹거리까지 책임지는 이 놀라운 역동적인 놀잇감을
왜? 우린 힘들어할까??
옥수수를 수확하고 보니 올해 날씨가 너무 더운탓인가
우리가 시장에서 사는 토실토실한 옥수수의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와!! 옥수수다
원장님 이거 보세요
여기에서 옥수수가 나왔어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재 잘 대는 아이들의 모습 같다.
모두 제각각이다.
못생긴 것도, 잘생긴 것도, 알맹이 숭숭 빠진 것도, 작은 것도... 모두모두 옥수수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옥수수 알을 따서 말려볼까? 그래서 팝콘으로 튀겨 먹는 거야!!
어떻게 보면 불가능할 거 같은, 또는 무모한 것 같은 <옥수수 말려 팝콘으로 튀겨 먹어보기>의 그날을 꿈꿔 본다.
도전하지 않아서 안 되는 것이지 해보면 뭐가 돼도 된다는 걸 아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단 옥수수를 말려 보려고 한다.
옥수수가 팝콘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그렇게 톡톡 튀는 사랑을 받고, 나눠주는 아이들로 자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