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낸 심심(甚深)한 혼행의 시작

주변의 지지를 받고 혼행하는 법

by 준비된화살
나 제주도 10일 다녀오고 싶어


남편은 맥없이 읊조리는 나를 몇 초간 말없이 바라봤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제일 가까이에서 봐왔던 남편은 10일이라는 말에 그렇게 놀라지도

그리고 염려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래 다녀와

작년에 가고 싶어 했는데 못 같으니까

올해는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책도 많이 읽고 바다도 많이 보고...


생각해 보니

제주를 간다고 1년 전부터 남편에게 주문을 외우듯

넋두리를 하듯 얼빠진 사람처럼 시간만 나면 말하곤 했다.





남들은 1달을 1년을 제주살이 한다고 잘도 가는데

나는 당장 1박 2일 나를 위한 쉼 조차 갖지 않았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벌써 계획은 1년 전이었지만

당장 5일 이상의 시간을 낸다는 건

가오로 사표를 쓴 채 서랍에 고이 넣어두기만 한 나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주변의 응원이 있어야 했다.

먼저 동료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원장님 다녀오실만해요
어린이집은 우리가 지킬 테니 잘 다녀오세요
저희 믿고 다녀오세요


내 연차를 내가 사용하는 거라도 한 원을 책임지는 원장은 이런 지지가 없이는 갈 수가 없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직업군이다 보니 더 그렇다.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슬슬 시동을 걸었다.


나 5일만 휴가 쓰면 안 될까요?

휴가 쓰게 해 주세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애교반 협박반으로 그렇게 앙탈을 부렸다.

그렇다면 주말을 끼고 제주 10일 살이가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금(퇴근 후 출발), 토,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이상하리만큼 이번 여행은 꼭 10일을 채우고 싶었다.

나에게

10일의 무료함

10일의 심심함

10일의 따분함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됐다.

제목도 정했다.


심심(甚深)한 그리고 심심(지루함)한 혼행




조금만 용기내면 자유를 얻게 된다.

자유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 또한 아닐 테니까


운전하며 이곳저곳 후미진 곳 다니는 걸 좋아하는 탓에 이번 여행은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완도까지 가서 배로 제주 입도를 계획했다.




온라인 티켓팅을 통해 배로 여행할 승선권을 예약했다.

배로 여행을 한다면 좌석과 차량 승선권을 각각 예매하면 된다.


먼저 여객 좌석(사람이 타는 티켓)을 예약한 후, 차량(자동차) 티켓을 예약하면 된다. 차량은 차종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다.(출처- 여객선 닷컴)
자동차를 가지고 제주를 간다면 같은 배로 가더라도 차량티켓을 별도로 예매해야 한다.
좌석의 경우 완도에서 제주로 들어갈 때는 3등 객실, 제주에서 완도로 나올 때는 2등 의자를 이용했다.

혼자 묵을 곳은 몇 차례 가족과 함께 갔던 중저가 호텔 스텐다드 오션뷰로 정하고 예약하니 여행 준비 끝이다.


무엇보다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틈만 나면 나의 혼행 계획을 말하여 응원받기에 성공한 건 여행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내내 큰 위안과 힘이 되었다.




너무 바쁜 삶으로 한 번쯤은 지루하고 싶다면,

따분한 하품을 늘어지게 소리 내어하고 싶다면

사람이 너무 버겁고 사람에 지쳤다면


혼행이다.

keyword
이전 02화사표대신 가방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