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출근하던 날의 꽃밭에서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날에

by 준비된화살


서둘러


씻고 화장을 했다.

누구를 위한 화장을 한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사실 20대엔 나를 위한 화장이었던 것도 같다.

화장을 하면 점점 예뻐지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여자로 태어나 예쁜것들을 이것저것 해볼수 있다는것에 재미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건 그냥 그때 일이 되어 버렸다.

머리도 감기 싫고 화장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머리도 감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는다는건 연차를 써야 한다거나 주말이라는 메세지이다.

화장이 이젠 나의 것이 아닌 남을 위한,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되어 버렸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불현듯 평일에 그것도 월요일 아침에 거울을 바라보는 나는 너무 늙어 있었다.

오늘따라 눈아래 처짐도 심했고 색소침착도 장난 아니었다.

옷도 몇년 묵은 것 밖에 안보이고 하필 늦장 부리며 누워 딩굴거리는 남편도

눈엣가시처럼 영 볼썽사나웠다.


몸땡이를 이끌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문득 어제 켜둔 라디오에서 가수 정훈희의 [꽃밭에서]가 흘러 나온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님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야 꽃이야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막히는 빌딩숲을 지나 푸르른 나무들만이 쭉 뻗어 있는 파란 하늘이 훤하게 보이는 도로를 진입하는데

뜬금없이 목이 매이며 눈물이 주룩 주룩 흘렀다.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감정인지 알수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그때부터 였다. 그 노래만 들으면 겨우 화장으로 가면을 쓴 얼굴이 눈물로 얼룩졌다.

가수는 이렇게 좋은 날이라고 노랠 부르는데

왜? 난 그게 그렇게 사무칠까?


사람들은 그렇게 '너무 좋아,너무 행복해'라고 이야기 하고

나무며 하늘조차 저렿게 푸르고 푸른 색을 뽐내며 흔들거리는데

왜? 난 무너질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물론 야근을 하면 얼마간의 수당이 그 힘듦을 상쇄 시켜주긴 했다.

그렇게 새로 신설된 어린이집으로 발령이 확정되고 미친듯이 일했다.

누구하나 열심히 하라고,

열심히 안하면 퇴사할 각오하라고 일언반구 협박하지 않았지만


난 이미 폭주하는 기관차 처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렇게 멈출수 없이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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