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제주가 너무 좋아지면 어쩌지?
문득
사람이 그리워졌다.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자발적 혼자>를 선택해 놓고
사람의 움직임이 보고 싶어 동문시장에 다녀오려고 나섰다.
가는 길 아점으로 <소금바치순이네>에서 돌문어볶음을 주문하여 면사리에 쓱쓱 비벼 먹었다.
제주 오기 전 동료가 꼭! 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하여 반신반의하며 홀로 독상을 받았다.
사실 소화력이 떨어져 문어나 주꾸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망설였지만
먹어보니 스트레스 많이 쌓일 때 얼큰하게 먹으면 좋겠다.
배만 안 불렀다면 밥을 비벼 먹어도 좋겠지만 2~3인이 먹을 양을 주문했으니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다.
메인인 문어를 골라먹기에도 바쁘다.
신기하게도 제주에 와서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많이 찍는다.
가족이나 친구와 왔다면 서로 여기저기 좋다며 수다로 풀었을 텐데
혼행을 하니 감동을 나눌 사람이 없어 계속 사진으로 썰을 푼다.
하늘을
바람을
나무를
바다를
그렇게 기록한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라는걸 알았다.
그렇게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좋은 것이 있은들 같이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또 그렇게 쓸쓸할 줄이야
동문시장은 맛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중간쯤 들어가면 있는 <서울분식>의 오징어 튀김은 정말 묵직하고 바삭하다.
하나 먹고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장 제주의 <날 것>이 오롯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관광객이 사갈 선물들로 넘실대는 시장의 모습은
상상했던 그곳이 아니라 살짝 아쉽긴 했다.
사람 구경을 실컷 하고 일찍 들어왔다.
해가 진후 숙소가 있는 성산읍으로 돌아올라치면
사방이 캄캄하여 마치 이곳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스산함이 들었었다.
어쩌다 내 뒤를 따라오는 차의 불빛마저 정겹게 느껴지고,
반대 차선의 자동차 경적 소리조차 반갑게 느껴졌을 때쯤
'너무 늦은 귀가는 하지 말아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의 MBTI가 생각났다.
ENFJ
E : 에너지의 방향이 외부로 향해서 사람을 만나고 밖에서 행동하는 것을 좋아함
N : 육감을 통한 정보인식을 통해 이면에 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남
F : 감정과 정서를 우선으로 나의 주관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판단을 내림
J :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계획하며 통제하는 것을 선호함
숙소가 어색하지 않다.
그냥 약간의 오버를 하자면 친정 같은 느낌이랄까?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터라
연수 때도 오고, 10년 근속 포상으로도 왔던, 심지어 가족 여행으로도 왔던 곳을 택했다.
첫날 체크인하자마자 내 마음대로 침대도 살짝 비틀어 옮기고
책상도 창가로 이사시켰다.
그래야 넣어도 넣어도 아프지 않을 바다를 눈에 실컷 담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동문시장에서 산 튀김과 김밥을 검정 비닐봉지에 달랑달랑 들고 들어와
냉장고 위에 툭 던져두고는 침대 모서리에 얼굴을 내려놨다.
참 심심하다.
한 두어 번 아아 소리 내며 따분한 하품을 한다.
가만히 있을 땐 이렇게 머리를 누여도 괜찮은데 괜찮은 거였는데
난 뭐 하느라 그리 꼿꼿하게 서 있기만 한 걸까?
살짝 몽롱해지더니 졸음이 온다.
깨끗이 씻고 낮잠을 한숨 자고 싶다.
이러다가 제주가 너무 좋아지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