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즐거움_#11
#11 모든 생명에는 자기 소리가 있다
"아빠는 어떤 소리가 제일 듣기 싫어요?"
"듣기 싫은 소리? 그런 거 없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도 괜찮아요?"
"응. 괜찮아."
"왜요?"
"그냥 자기 소리를 내는 거잖아. 아빠는 반대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게 더 싫어."
"그래서 아빠는 항상 뭘 듣고 계시는 거예요?"
"예전에는 침묵과 고요가 참 좋았는데, 요즘에는 소리가 없으면 조금 무서워."
"무서워요?"
"뭔가 소리가 없으면 모든 게 다 죽어있는 것 같아서."
"모든 생명은 다 자기 소리를 내잖아. 바람에 흔들리는 꽃처럼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소리가 있으니까."
"그래서 아빠는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생명이 느껴지지 않아서 무서워."
"그러면 저도 계속 소리를 낼 거예요. 살아있으니까요."
"시끄럽다고 하시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