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마흔아홉 번째 밤_그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빠, 약한 사람을 도와줘야지 왜 더 괴롭히는 거예요?"
"갑자기 무슨 말이야?"
"저녁에 했던 그 이야기 말이에요."
"들었어? 율이가 듣지 않았으면 했는데..."
"저도 알아야죠."
"... 그래 맞다. 율이도 알아야지."
"왜 그런 거예요?"
"그러게 말이야. 왜 그런 걸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최근 논란이 된 아동학대에 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방에서 이야기를 엿들은 모양이다.
아이는 어른이 아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눈치다. 인상을 쓰며 한참 골똘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아이가 납득할 언어를 찾기가 어렵다.
"율아, '불가피하다'는 말 알지?"
"네, 알아요."
"아마도 불가피함을 핑계 삼아 제일 약한 고리를 찾은 게 아닐까. 단지 그게 그 아이였을 거야."
"약한 고리요?"
"그래, 약한 고리. 제일 끊어지기 쉬운, 그래서 제일 끊어버리기도 쉬운."
"그 아저씨 정말 나쁘네요."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의 마음 속에는 악마도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 그러면 아이가 고개를 끄덕일까?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다고 어물쩍 넘어가 볼까? 아니다. 세상에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면 굳이 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답할 자신이 없다. 내겐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율이는 사람들이 왜 약한 사람을 괴롭힌다고 생각해?"
"저는 정말로 모르겠어요. 굳이 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지 않을까?"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폭력은 이해해 주어서는 안 되는 거라고 그게 누구든지 어떤 상황이든지."
"그러네. 율이 말이 맞아. 이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네."
"강약약강은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거예요. 그 아저씨는 그냥 나쁜 사람이에요."
"그러네. 율이 말이 맞네. 그냥 나쁜 아저씨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이가 마주한 혼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