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일상은 따분하지만
학교에 있다 보면 어린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야 사는 거 너무 지겹지 않냐? 집, 학교, 공부. 가끔 노는 것도 별로 재미없다."
"너도 그러냐?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답답하고 찝찝하고."
이런 대화의 결론은 대개 한 가지입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저도 한 때는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무엇인가'와 같은 덧없는 질문을 품고서 일상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고는 했습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밤거리를 쏘다니고 이곳저곳을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탈을 꿈꾸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이 좋습니다. 일상은 따분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게 되었거든요.
저는 제게 주어진 일상을 견디며 이렇게 늙어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