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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Mar 12. 2023

양주 불곡산

임꺽정을 품은 산, 역사는 권력이 아니라 민중의 이야기

주말, 양주 불곡산에 갔다.


늦게 나섰더니 차가 많이 막혔다. 12시 넘어야 산밑에 도착했다.

양주시청 뒤편 등산로로 올라갔다.


야트막한 오르막, 흙길을 1시간 여 올라 정상인 '상봉' 490미터에 도착했다.

상봉에서 반대편 상투봉, 임꺽정 봉으로 넘어가면서 전망이 트였다.


펭귄, 거북, 물개, 생쥐, 악어, 바위들의 이름을 붙여 재미를 주려 애썼더라.우락부락한 바위산의 근육들, 병풍처럼 층층히 솟아 있는 봉우리를 보니 많은 이들이 찾는 명산임을 알겠다. 양주에서 가까운 서울 북쪽 불암산도 그렇고 '불'자로 시작하는 산은 바위 봉우리들을 가지고 있다. 투텁고  둥그스러운 바위 봉우리를 보는 이들이 '부처님', '불상'을 연상해 지은 이름인가 보다.

경치는 호연한데, 마음이 불편했다. 바위 능선의 탁 트인 경치임에도 자연보다는 양주의 이곳 저곳을 파헤치는 공사도 눈에 거슬렸다.  마음이 심난하니, 마음도 속세의 심난함을 되씹었다. 세상 소식이 별로다.


왜 일본과는? 왜 경찰은? 왜 국수본부장은? 경제위기는? 무역적자는? 부동산위기는?  

안좋은 일,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뿐 아니라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누군가의 부하, 시키면 시킨대로 살아온 일개 납세자, 직장인1인, 우매한 개돼지, 사경 등이지만, 이건 아니지 싶은 일들이 가득이다.  


거의 모든 분야가 안 좋아지는데도 주는 월급을 받았던 팔자도 얼마 안 남았기에 이 시대에 바깥에 나가서 먹거리를 구해야 한다. 내 호구지책을 누구에게 읖조려야 할지 흐릿한 답답함을 얹고 걸었다. 임꺽정봉을 오를 때까지는.


임꺽정봉을 올라 땀을 식히며 소개하는 글을 읽었다. 임꺽정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실존인물이었단다. 명종 때 양주에서 태어나, 큰 위세를 떨쳤다. 토초사 남치근이 3년을 넘는 토벌 끝에야 잡았다. 명종은 선조의 전대 왕이다. 명종은 직계 자손이 없어 선조를 후대로 정한 것 정도가 기억난다. 임진왜란이 임박했던 시대의 왕이다. 조선전기의 기틀과 역량을 다 까먹고 다가올 외침도 외면한 채 사회적 모순을 쌓아가던 때다.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는 이름도 낯선 '명종'이 아니라, 불곡사 기슭의 생가와 노닐었던 임꺽정의 이야기로 남아았다. 지금 세상도 열심히 용기있게 살아가는 마음이 쌓여 공동체의 역사로 이어질 것이다.


내려오는 길은 완만하고 걷는 재미가 있는 숲길이었다.  아까의 무거움은 마음이 아니라 바위 오르막 탓이었는지 흥얼거리며 내려왔다.  세상사 근심할 바엔 내가 충실한 것이 보탬이 된다. 걱정 근심해도 소시민 1인으로 할 바가 정해져 있으면 더 좋은 일을 하도록 정신과 몸을 닦을 일이다.


맨날 말로만 흘리고 마는 공부와 몸 만들기를 제대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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