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쓰파인더 Jan 14. 2022

내가 없었던 것 : 따뜻한 리더십

데이터 분석 개발 부서장으로서 반성 

구글에서 임원 승진 심사 때 '구성원들에게 따뜻한가'를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따뜻함'이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한다.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솔직하되 개인적인 관심에 기반하여 대하라고 조언한다. 냉정하고 삭막할 것 같은 IT분야에서 왜 따뜻함을 중시할까? 데이터 분석 개발은 '사람'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목표와 수단에 집중해야 한다. 큰 조직에서 목표는 조직이 정하고 수단도 조직이 제공해준다. 같은 단위(unit)들끼리 목표와 수단도 같다. 연구 조직은 비교할 단위 조직(unit)이 없는 독자적(unique) 조직이다. 목표도 수단도 불투명하다. 외로움은 연구 조직의 숙명이되 추구할 목표이다. 고유한 개성을 쫓아야 한다. 주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사람의 열의와 능력에 기대야 한다. 그럴려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에게 역량을 이끌어내며 때론 냉정하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난 4년간 내게 부족했고 지금도 어렵다. 한숨이 나온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1072217200000169

.

따뜻한 리더십은 얼굴에 웃음을 띄고 덕담을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동료와 대화하여 무엇을 원하는지를 대화하고 서로 간격을 좁히는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면 좁히려고 노력한다. 때론 다툴 수 있다. 그래도 목표와 방법을 합의해가고 해결해야 할 일을 해결해주는 것이 리더십이다. 연구조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개인의 성장'이다. 자기 성장과 조직 성장의 교집합을 만들고 넓혀주는 것이 리더다. 이름도 낯선 곳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스마트치안지능센터>를 지망한 동료들은 목표한 이상이 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큰 범주에서 특기를 키우고 싶을 것이다. 

.

조직은 자신의 실력을 키울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데이터를 이해하고, 기술을 학습하는 단계인데도, '서비스를 만들기'를 요구한다. 서비스를 만들려면 구조/DB/웹/시각화 들은 외주에 의뢰해야 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선행 경험이 있는 기관의 기술을 경찰데이터에 적용하는 협업을 요청해야 한다. 난 단기 성과를 위해 구성원들에게 '연구 협업', '사업 관리'를 맡기곤 한다. '연구 협업 관리'도 연구의 한 영역이긴 하다. 하지만 '전업연구자'를 지향하는 이는 '연구 관리'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

각자가 원하는 일만으로 부서를 구성할 수 없다. 이익을 주거나 혹은 사람간의 정리, 의리로 감내할 폭을 서로 넓혀야 한다. 그 점에서 낙담한다. 누군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불편한 이야기를 참고 듣는 일이 어려웠다.  경찰청 시절 실패로, 나도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줬겠지만 나 스스로도 경원받는 것에 멍이 들었다. 문제를 다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표정과 말도 딱딱했다. 시간을 많이 내지 못했다. '상의를 하고 싶은데 당신은 너무 바쁘다'라는 말, 자주 들었다. 

.

부서장이니 부서를 대표해서 보고하고 협의한다. 구성원에게 실무 협의를 맡기면 좋았을 텐데, 부서 인원, 가진 역량에 비해 어려워서 맡기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 일을 꼭 해야 하나요'라는 말을 자주 들으니 '그냥 내가 하고 말자'할 때도 많다. 개인적 성향, 여건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다. 입장을 좁혀나가기 위한 대책은 아리송하다. 할일은 넘쳐나고 나 자신은 쭈볏댄다. 그런데도 예전보다 동료들이 예전보다 서로 많이 웃고 말한다.  

.

사람간의 조화는 묘하다. 각 부서에서 일 잘한다는 사람들을 모았다고 해도 분쟁과 갈등은 있다. 자기 주장 강한 사람들끼리 모여 더 다툴수도 있다.  누군가는 양보하고 누군가는 자기 주장을 관철하면 양보를 계속하는 사람들에게 불만이 쌓인다. 부서에서 맞지 않는 이를 변하게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부서를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해법일 수 밖에 없었다.  '보상과 해고, 좋은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이 두가지이다'라는 말이 맞다. 공공조직은 이 두가지를 못하는 게 딜레마이다. '한 부서에서 화합'을 중재할 깜냥이 안되었다. 섣부른 시도는 거의 실패했다. 잘 안맞는 분들은 정기 인사 때 옮겨갔다. (능력과 성품이 나빴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저 데이터 분석 부서의 협업에 안 맞았다) 새롭게 바뀐 분들이 친해지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나는 고인물로서 방향키를 계속 잡고 엑셀도 계속 밟고 있다. 그럼에도 동료들과의 관계도 적당한 거리와 양해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성적 납득이라기 보단 4년동안 고생하는 지겨운 배우자 같은 느낌이려나 싶다.

.

결국 이 글은 리더십 부족을 어떻게 해결했다는 글도 아니다.  여전히 미력한 리더십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알아서 팔로워십으로 해결해주고 있다는 고백이다. 서로가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만일 나아간다는 믿음이 있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도 나아질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왜 실패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