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쓰파인더 Jan 15. 2022

개인과 조직, 나의 성장

데이터 분석, 운용 역량, 사람 됨

인사 철이다.  누군가는 떠나고 새로 올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 시기면 그간 쌓아 올린 것들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기분을 느낀다. 물론 남아서 함께 하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한 명 한 명 떠나는 이들이 아쉽고 소중하다. '조직의 기술력'이란 '기술을 갖춘 사람이 모인 부서'라는 뜻이다. 아직도 터전을 닦아가는 곳이라 사람이 떠나면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 비슷한 일을 다른 곳에서 익혀서 오시는 곳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 사람 수사 잘해?', '그 이 교통 좀 아나?', 다른 경찰부서는 그렇게 사람을 넓게 알아볼 수 있다. 여기는 다른 곳에서 키워진 경험으로 바로 전력이 될 이를 찾는 부서가 아니다. '데이터 분석', '분석 기획', '장비 관리', 오셔서 처음 함께 배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동료를 모셔도 리셋하는 시간은 서로 고되다. 

.

우울했다. 인사를 둘러싼 좋지 않은 감정들 때문이다.  지난 몇 주간 우리 센터에서 승진을 기대한 이들이 모두 탈락했다. 나를 포함해서, 데이터 분석자, 인프라 운영자 모두. 다 경찰에서는 비교할 이를 찾기 어려운 분들인데 인정받지 못했다. 공공 조직이 승진 때 능력이나 역량 외에 많은 것을 고려하지만, 낙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여파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희망이 선명하지 않으면 지금의 무게를 계속 견딜 의지가 약해진다. 어떤 이는 가정 사정 때문에, 어떤 이는 일이 고돼서 떠나려 한다.  '떠나야겠다는 부서를 운영한다'는 자괴감이 있다. '그간 헛일했나' 싶다. 앞날을 낙관하며 함께 있자고 설득해보지만 한계가 있다. 부서의 미래, 그 미래가 각자 장래에 도움이 될 것 인지를 납득시키기 어렵다. 

.

그간 센터원들이 떠나는 이유를 꼽아보자. 

.

첫 번째 연구자로서 원하던 경력과 괴리 때문이다. 센터는 집단 연구와 개발이다.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바깥으로 보일만한 산출물은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합해지고, 민간에서 만든 플랫폼의 외피를 쓰기도 한다. 본격 연구자들은 논문과 같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해야 한다. 센터의 공동 작업 속에서 그 역할도 흐릿하고 '회사원'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러려고 연구소에 온 게 아닌데' 싶을 것이다. 

둘째 소속감의 부족과 갈등이다. 우리 센터는 경찰관, 일반직 공무원, 임기제 공무원(이젠 없다), 계약직 근무자, 정부지원 인턴, 민간 업체 채용 인력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한다. 사람은 공통점이 많아야 친해진다. 경찰 조직은 압도적으로 경찰관 중심 조직이다. 다른 경로의 구성원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연구소에 와서 이곳이 의외로 갈등이 생기기 쉬운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연구는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일이다. 주장을 달리하는 논쟁이 서로의 역량에 대한 다툼이 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 센터처럼 규칙이 모호한 곳에서 서로의 위치, 주장, 업무량에 대한 갈등이 생긴 일이 많았다. 

.

셋째 부담감이다.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것도 부담인데, 경찰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데이터를 열어보는 것도, 남에게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도 부담이다. 4년간 많이 들었던 말이, '문제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겁니까?'였다. 다른 부서와 관계도 부담이다. 경찰청 각 부서는 서로의 일에 대해 경계가 있다. 그 선을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책임을 명확히 한다. 우리 센터는 '데이터를 융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부서이다. 각 부서들이 불편해한다. 그런 일을 계속해나간다는 것은 한 명의 실무자로서는 힘에 부친다. 

.

이런 원인들을 한 마디 키워드로 말하면 '성장'이다. 내가 성장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동료들은 남는다. 그렇지 못한 동료들은 떠난다. 성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요인들이 개인의 소모, 앞날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위험이다. 부서의 성과 못지않게 개인의 성장을 독려하고 힘을 쏟아야 한다. 그 방법을 묻는다면 모르겠다. 센터장이만, 기획과 보고, 조정의 실무는 직접 해야 한다.  자원을 계속 획득해야 하기에 성과를 만들어 유통해야 한다. 연초에는 '여러분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세요'라고 말해도  점차, '이걸 좀 해주면 안 될까요?', '이런 이번 주까지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라는 말이 점차 늘어난다.  나아지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https://brunch.co.kr/@insaboy/6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는 작년 초보다는 나은 분위기이다.  자주 웃고, 상의도 많이 한다. 떠나는 분이 있지만, 전보다는 적다. 내가 그리 나은 사람이 되었을 리는 없는데, 무엇이 좋아졌을까? 

첫째 시간이다. 우리 부서의 방향에 서로 익숙해지고 있다. 직접 연구도 하고 싶지만, 시스템도 만들고 대내외 협업도 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한 갈등이 줄었다. 이제 우리 센터가 어떤 곳이라는 것에 익숙해졌다. 

둘째 사람이다. 그 역할을 해주는 감사한 분들이 계시다.  분석/직접 개발 - 기획/개발 관리 - 인프라 운용 역할을 나누고 서로 인정하고 돕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더 사이좋고, 좋게 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셋째 성과다. 시티즌 코난을 비롯해, 4년 동안 키워온 밭에서 작은 열매들이 열리고 있다. 주변의 평이 좋아지니 안으로 조바심 내고 얼굴 붉힐 일이 줄었다.

.

이렇게 말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허약하다. 겨우 언덕을 굴러 올린 돌이 다시 내려 떨어지는 느낌은 여전하다. 새해에는 조직과 동료들의 성장에 무게중심을 둬보자. 

함께 하시는 분들이 성장하는 조직에 무게 중심을 두면 상실감이 덜하리라. 사람을 부서의 인적 자원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성장을 함께 하는 동료로 생각해보자. 혼자 나 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맡길 수 있는 일은 많이 맡겨보자. 그것이 동료를 관리자로서 키우는 성장이다. 그렇게 해도 안되는 일은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한계로서 놔두자. 특히 부서의 성과에 몰입하지 말고 나의 성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게 부서의 동료와 나를 성과 속에 갈아 넣지 않는 안전장치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게 없었던 것 : 지식과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