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불통

청구인과 산재보험시스템을 소통시키기

by 뉴욕 산재변호사

바야흐로 우리는 “소통의 시대”에 살면서도 동시에 “불통의 시대”를 동시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불통하고 있으니까 소통의 소중함을 알아차린 것이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소통 전문 강사 김창옥 선생도 그분 자체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시류가 소통하는 인간을 요구하면서 그분이 들고 나타난 소통이란 소재가 더욱 각광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우리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얽혀서 살아본 역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의 뇌는 고작해야 몇십 명이 무리 지어 살던 수렵시대에 쓰던 하드웨어 그대로인데, 똑같은 뇌를 갖고 수 백, 수 천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야 하는 시대이니만큼, 불통이 소통보다 자연스러운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 같습니다.


소통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감정 읽기가 아닐까 합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려 할 때 여러분은 그 사람 얼굴의 중에서 눈에 가장 먼저 신경을 쓰실 겁니다. 그리고 입을 보실 것이고, 이후 눈과 입을 번갈아 보면서 그 모양과 움직임을 통해 상대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알아채는 것입니다.


그런데, 타인을 얼굴을 보며 감정을 읽는 방식에 있어 동양인과 서양인이 서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주목됩니다. 우리 동양인들은 주로 상대의 눈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반면, 서양인은 주로 상대의 입을 보면서 그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눈과 입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상대의 감정을 읽는데 중요한 부위인 것은 맞지만, 그 중요도에 있어 동서양 사람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방증하는 생활 속 증거가 있습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보면 서로 다르게 생겼습니다. 제 로펌에서도 동료 변호사들끼리 단톡방에서 특수문자 이모티콘을 통해 감정 표시를 하곤 하는데요. 유태인, 히스패닉계, 유럽계 변호사들의 이모티콘은 눈을 표현하는 옵션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눈은 콜론[:]이나 등호[=]로 표시하면서, 주로 입으로 여러 가지 감정을 표시합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의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은 :-) :) :] =)이고, 우울한 모습의 이모티콘은 :-( :( :[ =[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보면 감정 표현을 주로 눈으로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은 ^^이고, 우울한 모습의 이모티콘은 ㅜㅜ나 ㅠㅠ입니다. 감정 표시에 있어 입은 필요하지도 않았네요. 서양인들은 입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읽기에 입의 변화가 많은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반면, 동양인은 주로 상대방의 눈을 보고 감정을 읽기 때문에 눈의 변화가 많은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America's Got Talent에 출연하여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Tape Face"를 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입을 테이프로 가린 Tape Face. 그의 감정을 읽을 길이 없는 청중들은 그의 제스처를 통해 감정을 읽어야 하는 새로운 체험을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지요.


저는 코로나 초기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문화 차이에서 찾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과 비교하여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제작할 공장 자체가 부족했다는 설명, 마스크 문화가 동양에서 나왔기에 세계를 선도해 왔던 미국인과 유럽인의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하여 마스크 착용 거부했다는 설명, 얼굴을 가리는 아랍문화권에서 대한 거부감으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는 설명,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는 파워 엘리트에 대한 저항으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는 설명 등이 모두 가능한데, 이에 더하여 마스크 착용은 서양인들에게 있어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을 읽는 통로를 차단하기에 문화적으로 맞지 않았다는 설명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서양인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안대를 착용한 채 소통하는 느낌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헬로키티” 캐릭터가 아시아에서는 굉장히 인기를 끄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캐릭터가 인기를 끌려면 그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헬로키티는 눈만 있고 입은 없는 고양이 캐릭터입니다. 동양 아이들은 눈에서 감정을 읽기 때문에 눈이 있는 헬로키티에게 공감이나 동일시가 가능합니다. 내가 기분이 좋으면 헬로키티가 나를 방긋 웃으며 보는 것 같고, 내가 기분이 우울하면 헬로키티도 우울해 보이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반면 서양 아이들에게 헬로키티는 감정을 읽는 통로인 입이 없기에 이상한 캐릭터로 느껴질 것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눈이 없는 고양이 같이 느껴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헬로키티가 서양 아이들에게는 감정 이입이 어려운 캐릭터인 까닭에 인기가 없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청구인을 법률 대리하여 최대의 치료와 최적의 보상을 청구인이 받도록 돕는 변호사는, 그 목적 달성을 위해 판사와 보험사와 소통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 판사와 보험사의 사용하는 문법으로 케이스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청구인과 충돌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의뢰인에게 드리는 조언에서 청구인들은 제 조언이 마치 보험사 쪽 입장을 대변하는 느낌을 받으시며 섭섭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청구인은 치료와 보상의 책임을 지는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케이스를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청구인과 보험사 간 충돌을 해결하는 판사의 입장에서도 케이스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소통하고자 할 때 눈을 바라보는 동양인과 입을 바라보는 서양인이 다른 것처럼, 판사와 보험사와 소통하고자 할 때는 그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문법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요. 변호사란 결국 불통할 수밖에 없는 청구인과 보험사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양자 간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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