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통첩 게임

합리성의 개념 확장하여 의뢰인의 마음 이해하기

by 뉴욕 산재변호사

청구인을 법률 대리하여 최대의 치료와 최적의 보상을 청구인이 받도록 돕는 변호사는, 변호사의 눈으로 뿐만 아니라, 판사의 눈, 보험사의 눈, 그리고 청구인의 눈으로도 사건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판사, 변호사, 그리고 보험사는 경험과 데이터, 관련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집단으로서, 대개 사건을 보는 눈들이 비슷합니다. 다만 같은 증거를 두고도 변호사는 청구인에 유리하도록 해석하는 것이고, 보험사는 보험사에 유리하도록 해석하는 것이며, 판사는 변호사와 보험사의 주장 중 어느 것이 더 말이 되는지 따져보거나 혹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증거를 해석하여 판결하는 것이지요. 반면, 청구인의 눈은 판사나 변호사, 보험사의 그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청구인은 사고로 인한 통증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의학 보고서’를 통해 그 통증을 짐작해야 할 판사, 변호사, 보험사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케이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로서 저는 제 의뢰인들이 판사나 보험사의 관점에서 자신의 케이스를 바라보도록 돕는 한편, 그분들의 관점에서 케이스를 바라보는 노력도 동시에 합니다. 변호사란 결국 청구인과 산재보험 제도 사이에서 서로의 이해를 촉진하여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의뢰인의 시각에서 케이스를 바라보고자 하는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분들의 행동이 전혀 뜻밖인 경우도 있습니다. 기대 보상이 $0인 케이스가 제게 하나 있었습니다. 보험사도 위험부담이 있었기에 극적으로 총 $5,000으로 협상에 성공했습니다. $0와 $5,000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선택은 $5,000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의뢰인은 결국 $5,000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000이란 돈의 가치가 고용주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던 것이지요. 사건 진행에 있어서 분노나 좌절감과 같은 개인적 감정은 보상에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 의뢰인은 말 그대로 ‘더럽고 치사했기’ 때문에 $5,000 대신 $0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개인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정의할 때, 이 의뢰인의 행동은 전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학에 ‘최후통첩 게임 (ultimatum game)’이란 것이 있습니다. 게임의 규칙은 이러합니다. 2명의 참가자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제안자, 다른 한 사람은 수용자라고 부릅니다. 실험자는 제안자에게 1불짜리 10장, 총 10불을 제공합니다. 제안자는 이 돈을 수용자와 나눠가질 수 있습니다. 제안자 10 대 수용자 0부터 제안자 0 대 수용자 10에 이르는 선택지가 있는 가운데, 몇 대 몇으로 나눌지는 제안자가 결정합니다. 수용자는 제안자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만 결정합니다. 만약 수용자가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제안자가 제안한 비율대로 돈을 나눠 가집니다. 반대로, 제안자가 나눈 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용자가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 제안자와 수용자는 둘 다 돈을 받지 못합니다. 이제 제안자는 “몇 대 몇으로 제안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수용자는 “몇 대 몇 이하를 거절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입니다. 수용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란 제안자가 “0이 아닌 금액”만 제시하면 그 액수에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학적으로 예측한 합리적인 정답은 제안자 9: 수용자 1이 됩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이러한 예측과 많이 달랐습니다. 제안자는 최소 금액만 제시해도 되었는데, 5대 5를 제안하는 제안자의 비율이 50%가 넘었던 것입니다.


10불 중 1불을 제안받을 때 수용자는 왜 거절할까 생각해 보면,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의뢰인의 그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1불만 받는 것은 아예 안 받는 것보다는 낫지만 불공평한 거래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1불을 제안받은 수용자는 “자기(제안자)는 9불을 가져가면서 나(수용자)는 1불만 가지라고? 치사하고 더러워서라도 차라리 안 갖고 만다.”란 생각으로 거절했던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기꺼이 포기하면서까지 사회적 불의와 싸우는 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5,000을 포기하고 $0를 선택한 제 의뢰인의 행동은 “나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느냐”와 같은 한 가지 측면으로만 보고 기술하게 되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합리성의 개념을 공평, 정직, 신뢰 같은 개념으로 확장해서 다루게 되면, 비로소 그 의뢰인의 행동이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재판 과정 중에 거짓말을 일삼던 고용주를 용서할 수 없다”던 그 의뢰인은 결국 $5,000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의와의 타협이라고 생각하며 차라리 $0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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