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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변호사의 잔

by 뉴욕 산재변호사

내게 주어진 잔을 보며 고뇌한다.


산재변호사로서 내가 마주하는 잔은 단순히 사건 파일 뭉치가 아니다. 그 잔에는 패소에 대한 두려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객의 불만, 그리고 노동자의 억울함이 담겨 있다. 때로는 의뢰인이 겪는 고통의 무게가 나 자신에게로 옮겨져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의 인생을 건 승부이기에, 이 잔을 마셔야 하는 순간은 언제나 두렵다.


때로는 기도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겟세마네라는 동산에서 기도했다. 그는 곧 닥칠 엄청난 고통과 죽음 앞에서 "이 잔을 내게서 옮겨달라"고 간절하게 외쳤다. 여기서 잔은 단순히 고통을 넘어, 인류의 모든 죄를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을 상징한다. 예수님이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듯이, 나 또한 이 잔을 옮겨달라고 속으로 외친다. 아무런 저항 없이 인정받는 쉬운 사건이었으면 좋겠다. 까다로운 고객의 불만이 없고, 상대측 변호사의 공격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짐을 피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러고 싶다. 이는 연약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솔직한 마음이다. 승패의 결과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이 잔을 마시는 것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하지만 기도 끝에 예수님이 "내 원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고백했듯이, 나 또한 이 잔을 마셔야 함을 깨닫는다. 이 고뇌와 두려움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나의 몫이다. 나의 직업은 이 잔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 잔을 마시며 패소의 아픔을 겪고, 고객의 불만을 견디고, 동료와 선임 변호사의 질책까지도 감당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나를 단련시킨다.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이 잔은 나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나라는 존재를 더 강하게 만든다.


결국 잔을 옮겨달라는 기도는 그 잔을 마시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고뇌와 두려움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는 결단이다. 사실, 이 잔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잔을 들고 고뇌한다. 나는 오늘도 내게 주어진 잔을 들어 올린다. 이 잔에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을 통해 얻을 강인함과 성장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산재변호사로서 살아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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