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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질문, 그 불편함에 대하여

by 뉴욕 산재변호사

나는 산재 변호사다. 내 의뢰인들과의 대화에서 “I have a question for you”라는 말이 들려올 때면, 나는 잠시 숨을 멈추게 된다. 그 문장은 단순히 궁금한 점을 묻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절박함이 뒤섞인 깊은 신호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고를 겪었고, 나의 답변 하나하나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불편함은 아마도 그 말 속에 담긴 여러 의미 때문일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질문이 있어요'라는 말이지만, 나는 종종 그 속에서 '내 삶의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지, 당신이 말해달라'는 무거운 기대감을 읽어내기도 한다. 혹은 '내가 받은 이 고통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불안한 마음이 느껴질 때도 있다. 때로는 너무나 복잡한 행정 절차와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기도 하다. 나는 늘 예측 불가능한 질문과 마주하며, 그 질문에 담긴 의뢰인의 아픔과 불안을 헤아려야 하는 기분이 든다. 이 모든 질문에는 '변호사, 당신 그 말에 책임져야 해'라는 무언의 압박이 함께 따라붙는다.


가장 크게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책임감'과 '압박감' 때문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변호사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을 느낀다.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완벽한 해답을 내놓아 의뢰인의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짓누른다. 만약 내 답변이 불충분하거나 틀린다면, 단순히 사건 하나를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 압박감은 나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때로는 경직된 태도를 유발해 오히려 의뢰인에게 더 큰 불안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불편한 감정을 단순히 피하기보다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감정은 결국 내가 의뢰인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내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래서 이제는 그들의 질문이 두려울 때마다 심호흡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차분히 경청하려고 한다. 질문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때로는 즉답 대신 "제가 서류를 다시 확인하고 정확한 답변을 드릴게요"와 같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신뢰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의뢰인의 “I have a question for you”는 여전히 나에게 불편함의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삶에 희망과 명확함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 불편함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침착하고 전문적인 태도로 상황에 대처한다면, 그 순간의 긴장감을 넘어 의뢰인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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