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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 산재변호사 Oct 01. 2022

충분한 의료기록의 조건

뉴욕 산재보험법

뉴욕에서 산재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업무 중 다친 근로자의 편에서 보험사와 상대하며 최대의 치료와 최적의 보상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통증병원에서 제공해 주시는 의료기록은 저희 변호사들에게 있어 생명줄 혹은 무기와도 같습니다. 사실 의료기록 없이는 저희 변호사들은 판사 앞에서, 보험사 쪽 담당자나 그들의 변호사 앞에서 아무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저희 변호사들의 소임은 결국 그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저의 의뢰인이 얼마나 다쳤고, 얼마나 치료가 필요하고, 얼마나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주장하는 것이니까요.  


저희 변호사들이 보험사 쪽 변호사와 다투고, 판사의 판결을 받은 결과들은 Notice of Decision (판결문)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판결문에 종종 등장하는 용어 중에 Prima Facie Medical Evidence란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결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Prima Facie Medical Evidence found for the neck and back.”


번역하면, “Prima Facie Medical Evidence가 목과 허리에 발견되었다.”란 의미인데요. 혹시 여기서Prima Facie란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오늘 비디오의 주제가 바로 Prima Facie Medical Evidence입니다.


Prima Facie? 제가 구글에서 찾아보니 라틴어로 “자명한”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영어 사전으로 찾아보니 “accepted as correct until proved otherwise”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다른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받아들여지는”이란 뜻인데요. 


Workers’ Compensation 클레임에서 Prima Facie란 “부상 부위와 사고의 연계성을 잘 설명함으로써 보험사 쪽 의사 IME의 검증을 받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정도의 의미로 새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판사가 어떤 의료기록을 어떤 부상 부위에 대한 Prima Facie Medical Evidence로 인정했다 함은, “아직 ANCR (혹은 established body parts)로까지는 성립되지 아니하였으나, 만약 IME가 동의하면 ANCR로 성립될 부위가 그 의료기록 안에 들어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공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Prima Facie Medical evidence로 인정 + IME의 동의 = ANCR 부위로 성립


Prima Facie Medical Evidence는 앞글자만 따서 줄임말로 PFME라고 표현합니다. 


자, 그럼 어떤 의료기록이 PFME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일곱 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1.   사고 날짜 (Date of Accident)

2.   사고 경위 (Mechanism)

3.   환자의 통증 호소 부위 (Complaints)

4.   의사의 신체검사 (Physical Examination)

5.   의사의 진단 (Diagnosis)

6.   진단과 사고 연계성에 관한 언급 (Causation)

7.   일을 못하는 장애의 정도 (Degree of disability)


이상 일곱 가지의 요건이 모두 갖춰진 의료기록이 PFME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홍길동 씨는 2021년 12월 1일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일어나서 내원하였다. 목과 허리에 관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신체검사 결과 목과 허리에 각각 염좌가 있었다. 의사의 소견으로 볼 때, 목과 허리의 염좌는 이 교통사고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부상으로 인해 일을 못하는 홍길동씨의 장애의 정도는 100%이다.”라고 의사께서 써주시면 위 일곱가지의 요건을 모두 갖춤으로써, 판사가 목과 허리에 관한 PFME로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 일곱가지 요건 외에도 진단 결과, 치료 계획 등도 언급하실 수 있는데, 여기 가장 중요한 것은위 일곱가지 요건입니다. 


만약 일곱 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판사는 PFME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좀더 분명한 의학적 증거clarifying medical evidence를 제출할 것을 우리 의사에게 명령합니다. 


PFME로 인정받은 부위는 판사가 보험사에 명령하여 60일 혹은 90일 안에 보험사쪽 의사 (IME)의 검증을 받을 것을 명령합니다. 만약 IME가 동의하면 그 부위는 ANCR로 성립하는 것이고, 만약 IME가 동의하지 아니하면 판사는 deposition을 명령하여, 우리 의사와 IME 중 어느 의사의 의견이 더 신뢰로운지 판결합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어느 부상 부위를 ANCR 부위로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PFME가 먼저 제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판사마다 PFME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판사들은 앞서 말씀드린 일곱 가지 요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의료기록만을 PFME로 인정합니다.  


우리가 산재보험 클레임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단발성 사고 (accident)도 있지만, 직업병 케이스도 있습니다. 직업병 케이스란, 반복적인 업무 동작에 의해 관절 부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아파온 경우를 말하는데, 영어로는 repetitive stress type injury라고 부릅니다. 직업병 케이스로 인정받은 부상 부위는 ANCR이란 말 대신 ODNCR이란 말을 씁니다. ODNCR이란 Occupational Disease, Notice and Causal Relationship의 약자입니다. 


직업병 케이스에서 PFME로 인정받기 위한 의료기록도 그 요건이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1.   환자가 작업 중 구체적으로 어떤 동작들을 반복적으로 했는지에 대한 언급 (Mechanism)

2.   환자의 통증 호소 부위 (Complaints)

3.   의사의 신체검사 (Physical Examination)

4.   의사의 진단 (Diagnosis)

5.   진단과 업무 연계성에 관한 언급 (Causation)

6.   일을 못하는 장애의 정도 (Degree of disability)


가 그것입니다. 


ANCR 부위로 인정받기 위한 PFME의 요건과 ODNCR 부위로 인정받기 위한 PFME의 요건이 살짝 다르지요? 


ODNCR 부위로 인정받기 위한 PFME는 사고 날짜가 사실 불필요합니다. 왜냐 하면, 직업병이란 것이 서서히 부상이 발전해 나간 것인만큼 특정한 날에 발병했다고 볼만한 날짜가 없기 때문입니다. 직업병 케이스의 사고 날짜는 재판 때 판사가 정해줍니다. 따라서 재판 전까지는 사고 날짜가 00년 00월 00일로 표기됩니다. 


직업병 케이스에서는 보통 부상으로 인해 환자가 처음으로 의사를 만난 날짜, 혹은 그 부상으로 인해 일을 멈추게 된 날짜를 판사가 사고날짜로 정합니다. 만약 의사께서 사고 날짜를 의료기록에 기입하시게 되면, 판사는 “단발성 사고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헷갈려 하면서 그 의료기록을 PFME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구요.


또한, ODNCR로 인정받기 위한 PFME는 직업병 관련 부상을 일으킨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가 작업 중 구체적으로 어떤 동작들을 반복적으로 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그 부상을 업무와 관련시켜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사분은 환자가 작업 중 구체적으로 했던 일,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했던 관절 부위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으셔야 하겠습니다. 


직업병 케이스 관련 어떤 의료기록이 PFME로 인정받으면 판사가 보험사에 명령하여 60일 혹은 90일 안에 보험사쪽 의사 (IME)의 검증을 받을 것을 명령합니다. 만약 IME가 동의하면 그 부위는 ODNCR 부위로 성립하는 것이고, 만약 IME가 동의하지 아니하면 판사는 deposition을 명령하여, 우리 의사와 IME 중 어느 의사의 소견이 더 신뢰로운지 판결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단발성 사고에서의 ACNR 부위와 직업병 케이스에서의 ODNCR 부위로 인정받기 위한 PFME에 관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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