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이기는 방법이 단순하다고 믿었다. 셔틀콕을 빠르고 강하게 치는 것. 힘과 속도, 정확도. 상대보다 더 빨리 셔틀콕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승리의 공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점점 다른 진실을 보게 되었다. 진짜 강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때로는 약한 척하고, 어리숙한 척한다. 동양의 병법, 손자병법에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의 허를 보여 상대를 유인하고, 실을 감춰 결정적인 순간에 쓰라는 지혜다.
배드민턴이라는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살짝 떨어뜨리는 드롭샷, 손목만 살짝 튕기는 듯한 페인트 동작. 강한 스매시보다 상대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허(虛)의 움직임이 더 치명적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약한 척하는 것이 곧 강함이 되는 순간. 겉과 속의 경계가 흐려지는 그 지점에서 경기는 가장 깊어진다.
삶도 이와 닮아 있다. 우리는 언제나 전력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때로는 한 발 물러나야 하고, 모르는 척 지나쳐야 하며, 마음을 감춰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다.
이런 말이 있다.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는 부러지지 않는다. 부러지는 것은 바람에 맞서 꼿꼿이 서 있는 나무다."
휘어진다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지혜다. 꺾이지 않기 위해 굽는 것, 그것이 진짜 강함이다. 유연함은 생존이고, 생존은 곧 통찰이다.
우리의 말과 행동, 선택은 마치 공중을 나는 셔틀콕처럼 허(虛)와 실(實) 사이를 오간다. 어느 것이 허이고, 어느 것이 실인지 때로는 우리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삶이라는 게임을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다시 코트에 선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흐르기 위해서.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