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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무덤
소멸
by
송영희
Sep 7. 2021
매미산 중턱
잡초로 뒤집어쓴 봉분 하나가
평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때는 높은 키에 찾는 이도 많았건만
수십 년이 흐른 뒤 그림자는 점점 낮아지고
등산객의 발자국에 슬픈 고백마저 묻혔다
가끔은 물안개가
산 중턱까지 올라와 안부를 묻지만
비석마저 사라진 지금
잊혀진 것에 대해
젊은 날의 화려함에 대해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오래전 주인이 놓아 버린 손
시간의 숨소리를 가두고
쓸쓸함마저 소멸되고 있었다
찾는 이 없는 이곳에
과거를 뒤집어쓴
바람 하나가 호흡을 불어넣으면
풀향기의 날숨과
산책자의 들숨이
사라져 가는 봉분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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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제가 써 놓은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상은 거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만 저는 그 사이에 숨겨진 작은 순간 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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