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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 되어서야
잠
by
송영희
Oct 29. 2022
나도 20살 적에는
뽀얗고 하얀 얼굴로
쌔근쌔근 숨소리만 냈지
그런데 지금은
꿈꾸는 소리
코 고는 소리
신음소리
무언가에 쫓기는 소리를 내지
뭐라고 하지 마
내가 잠이 들면
왜 그런 소리를 내는지 나도 몰라
시간의 아픔인가
쌓인 상처인가
가슴에 묻은 게 너무 많아
아무도 보지 않는 한밤중에
온몸 뒤척이며
혼자서 살풀이를 할까
깨고 나면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지우지 않으면
새 날을 맞이 할 수가 없거든
하얀 종이 위에
날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아직은 살아 있다는 증거지
채색되지 않은 그림이라도 아름답게 봐주렴
나도
나를 모를 때가 많거든
그래서
늘 이유 없는 슬픔도 따라다니지
무언가가 내 몸에서
하나씩 빠져나가는 것을 육십 넘어서야 알았지
붙잡을 수 없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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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아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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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제가 써 놓은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상은 거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만 저는 그 사이에 숨겨진 작은 순간 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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