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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un 24. 2022

감자가 홍삼이 되다

배려




   달 전 감자를 사려고 마트에 갔다.

  작년에 비해 감자값이 배나 오른 듯싶다.

  작은 마트에서 큰 걸로 5개 정도만

사려고 해도 7000원이 넘는다.

  " 감자가 감자다워야지 무슨 과일값과 맞먹어."

감자를 잘 먹는 나는 감자를 살 때마다

투정 섞인 말을 하곤 했다.

  내 마음을 읽었는가 아는 동생이

감자를 택배로 한 박스 보내 주었다.

  아직은 햇감자가 아닐 텐데 감자가 무척 실하고 좋았다.

  저장이 잘 되어 있는 감자를 보고

우리나라의 저장기술이 뛰어 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비쌀 때  나누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이웃에게 감자를 나누어 주었다.

  저녁때가 되어 귀한 감자를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아이 생일이  오늘인데 케이크가 3개나 들어왔다며 케이크를 주고 간다.

  케이크를 받고서는 나는 고민에 빠졌다.

  당뇨가 시작되어서 케이크를 먹으면 안 되고 아이들도 따로  살아 집에 없는데 이걸 어떡하지 고민을 끝에

주신 이웃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이들이 셋이나 되는 지인의 집에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케이크를 갖다 주었다.

  좋아하는 케이크이라며 아이들과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맛있게 먹었다니 내가 더 고마웠다.

  며칠 후 케이크를 잘 먹었다며 와인 두병이  들어있는

상자를 가지고 집에 왔다.

  미안한 마음이 폭포수처럼 흐르고

내가 먹을 수 없어서 갖다 주었는데

그것마저 마음의 부담을 느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받는다는 것은 나 또한 마음의 부담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이사 간 친구에게 집에서 점심이나 먹자고 연락이 왔다.

  코로나가 있고부터는 집에서

만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갈 때 무엇을 살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무척이나 와인을 좋아하기에 나는 며칠 전에 들어온

와인을 가지고 갔다.

  친구는 와인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 와우.  센스쟁이."

  하면서 한 병을 따고 나머지

  한 병은 신랑과 저녁에 먹는다고 한다.

  그 친구는 우리 집과 다르게 늘 식사 때

와인을 먹는다고 했다.

  우리는 집에서 와인 먹는 일은 특별한 날만 먹는다.

  그것도 마지못해서 와인을 먹는데

세련되지 못해서 인가!

  아님 내가 좋아하지 않아서 인가!

  집으로 오면서 내게 불필요한 것이 누구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된 다는 생각에 잠겼다.

  5일이 자나고 집에 택배가 왔다.

  이사 간 친구에게 온 것이다.

  뜯어보니 홍삼이었다.

  "아니, 웬 홍삼."

  친구에게 전화를 하자 저 번에 와인 사 와서

너무 잘 먹었다며 남편 것 사면서 하나

 더 샀다고 말했다.

  " 친구야, 홍삼 먹고 건강하 거래."

  "그리고 와인 생기면 바로바로 우리

집으로 갖고 오거래이."

친구의 장난스러운 말이지만, 나는 작은 돌 하나

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했다.

  감자가 홍삼이 되어 오기까지 정이 돌돌 말려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배려가 우리들의

일상을 데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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