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01호 청년 10화

어색한 만남

by 김승수

취업 고민에 빠진 도민의 맘을 알 턱 없는 날씨는 그저 화창하기만 했고, 기분 전환을 위해 평소와는 다른 길로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시끌벅적한 초등학교와 낮빛이 다소 어두워 보이는 고등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등학교를 지나 하염없이 걸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사원증이 눈에 밟히는 도민이었다. '저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저 회사에 들어갔을까?' '저 회사는 다닐 만한가?' 직장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 위해 열심히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남는 것은 의미 없는 의문뿐이었다. 어떻게든 내 한 몸은 먹여 살리겠거니 하고 살아온 도민이었지만, '어떻게' 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거니와 '무엇'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니 물음의 답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민은 한 유치원 앞에 도착해있었다. 유치원 간판에 적힌 '혜성'이라는 단어가 어던가 익숙해서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무엇인가 생각이 나려는 찰나에 자신의 눈높이 보다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어...어 안녕”


고개를 숙여보니 아이 하나가 도민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도민은

애써 아는 척을 하며 아이의 인사를 받아줬지만, 머릿속으로는 누구인가에 대해 찾아내느라

바빴다.


“저 컬쳐타운 8층 살아요.”

아이가 도민의 반응을 보고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이야기를 꺼냈고 도민은 그제야 아이가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피스텔에서 유일하게 마주친 유치원생이었기에 도민도 오고 가며 본 적이 있던 것이 떠올랐다.

“아저씨, 근데 왜 여기 있어요? 출근 안했어요?”

“나? 그러게. 나도 출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출근 안하면 좋은 거예요. 쉴 수 있잖아요. 근데 우리 엄마는 매일 출근해서 잘 못 쉬어요”

“그러니? 어머님이 바쁘시구나?”

“네. 주말에도 하루종일 노트북 보느라 바빠요.”

“아... 그렇구나.”


붙임성 좋은 아이의 모습에 귀여움을 느꼈지만, 바쁜 엄마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듯해 측은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가능하다면 그 바쁜 어머님의 일을 자신이 좀 하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지만, 그 말은 굳이 꺼내지 않기로 했다. 그때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승우 삼촌 되시나요?”

“네? 아뇨. 아닙니다. 그낭 같은 오피스텔 사는 주민입니다. 아이가 인사를 해서 잠깐 이야기

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제가 착각했네요. 승우가 참 붙임성이 좋죠? 애가 의젓해서 얼마나 든든한

데요.”

“아.. 네.. 그런 거 같더라구요. 아, 저는 그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승우야, 인사해야지”

“아뇨. 안그러셔도 되는데...”

“안녕히가세요 아저씨.”

“어어.. 그래. 다음에 보자.”


도민은 어색하게 아이의 인사를 받아주고선 자리를 떴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과의 조우에 당황했지만, 덕분에 잡 걱정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수 있었던 도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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