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01호 청년 08화

C급 직장인

by 김승수

이사 온 지 일주일이 지난 도민은 새로운 보금자리 적응을 핑계로 한 나태로운 일상을 끝내야 함을 느꼈다. A급 백수에서 C급 직장인으로의 전직을 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전직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했다. 게임에서 캐릭터가 전직을 하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유저가 선택해야 하듯, C급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의 직장을 구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학과를 선정한 이후로 또다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중요한 선택을 맞이하게 된 도민은 오랜만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고민을 한다고 해서 좋은 생각이 떠오를 리 만무했다.


도민은 이제껏 남들이 취업에 있어 필요하다고 한 자격증이나 시험, 이를 들어 컴퓨터 활용 자격증이라던가 토익, 한국사 검정능력시험과 같은 기본 준비만 해놓았을 뿐 특정 분야에 대한취업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하나 없이 살아온 도민의 현 상항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결국, 도민은 직업 구인 사이트를 열어 회원가입을 하였고, 사이트에서 이끄는 대로 학력과 학교를 입력하였다.


하지만. 도민은 곧바로 문제에 직면하였다. '희망 직무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단 한 문장이었지만 도민의 클릭을 멈추기에는 충분했다. 마케팅, 기획, 회계, 개발 등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클릭할 수 있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았지만, 당장에 결정할 수 없음을 알았고 조용히 노트북을 닫았다.

또다시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음에 막막한 마음을 달래고자 도민은 집을 나셨다. 오피스텔 밖에서 지난주와는 달리 조금이나마 선선해진 날씨를 잠시 느끼고 있을 때 부드럽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301호에 이사 온 청년이죠?”


도민이 뒤를 돌아보니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관리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빗자루를 들고 서있었다.


“아 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관리인이니, 이 오피스텔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지요. 허허허”


관리인은 성격 좋은 사람이 보일 법한 인자한 웃음을 보이며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다


“아 관리인이셨군요. 안녕하세요.”

“나도 반가워요. 우리 새 입주자님은 학생인가?”

“아뇨. 학생은 아니고요. 취업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취업 준비.. 그 뭐야. 그런 사람들 부르는 말이 있었는데. 취준 뭐였더라?”

“취준생이라고 부릅니다.”

“그래그래 취준생. 유튜브 보다가 들은 기억이 나.”


관리인의 나이대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가 등장하자 흠칫 놀란 도민은 행여 자신이 어르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낄까 하여 표정 관리를 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요. 우리 취준생 입주자님, 바쁠 텐데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았네요. 다음에 또 봐요.”

“아...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민은 멋쩍은 듯 웃음을 보이며, 약간 고개를 숙인 후 오피스텔을 벗어났다. 관리인은 그런 도민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 후 다시금 빗자루 질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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