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01호 청년 06화

의젓한 아이

by 김승수

아이는 항상 마지막에 버스에서 내려 선생님과 인사를 했다. 먼저 내리면 혹시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를 찾아야 했는데, 그때마다 찾아오는 속상함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항상 그런 아이에게 의젓하다고 칭찬해주었지만, 아이는 사실 의젓한 것이 아니라 의젓한 척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오늘도 아이는 하원 버스에서 아이들이 다 내리기까지 기다린 후 버스에 내렸다. 아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엄마에게 오늘 유치원에서 찰흙으로 성을 만들어 선생님에게 칭찬받았으며, 친구들의 부러움 가득한 눈빛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아이는 엄마가 퇴근하는 저녁까지 기다려야 함을 알고 있었다.

익숙한 듯 신호등을 건너 반대편 약국으로 향했고, 약국에서 몸을 돌려 오피스텔 정문에 도달했다. 아이는 주위를 살피며 항상 자신이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관리인 할아버지를 찾았다. 자리에 있어야 할 관리인 할아버지는 급한 일이 있었는지 자리에 없었고, 아이는 홀로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갈 계획을 찾아야만 했다. 까치발을 들어서 있는 힘껏 손을 뻗어 보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손은 공동현관문의 보안 장치 번호판의 아랫부분에 닿는 것이 한계였다.

6살 나이임에도, 안되는 것은 빠르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홀로 가정을 책임지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배웠기에 아이는 재빨리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 아이는 분리 수거장 근처를 둘러보다, 관리인이 사용하는 앞부분이 초록색 플라스틱으로 된 빗자루를 발견했다. 아이는 6세 아이답게 자신이 찾아낸 해결 방안에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현관의 보안 장치로 향했다. 호기로운 마음으로 빗자루를 들어 번호를 눌렀지만, 어째서인지 보안 장치는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지문이 있어야만 열리는 보안 장치임을 몰랐던 아이는 빗자루를 든 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아이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눈썹도 채 안되는 머리에 앞다리살이 들어있는 장바구니를 든 어른이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이는 조용히 어른에게 자리를 내어주었고, 어른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유지한 채 아이가 누르지 못한 비밀번호를 눌러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잠시 어른을 멍하니 쳐다본 후 조용히 그를 향해 따라 들어갔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가 열렸고, 어른은 낮은 목소리로 아이에게 물었다.


“몇층으로 가니?”

“팔... 팔층이요.”


아이는 자신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이던 어른의 호의에 살짝 놀란 듯했지만, 유치원에서 배운대로 어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관리인 할아버지 이외에 아이에게 오피스텔 문을 열어줄 또 한 명의 어른을 만나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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