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01호 청년 05화

동네 구경

by 김승수

편의점에서 산 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나니 그제야 필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허기를 달래줄 음식부터 세탁 세제와 같은 생활용품 등 물을 사러 밖을 나섰을 때 샀다면 좋았을 것들이었다. 도민은 동네 구경도 하고, 산책이나 할 겸 겸사겸사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밖을 나셨다.


햇빛이 쨍쟁했기에 등은 뜨거웠지만, 가끔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지는 오후였다. 물을 샀던 편의점을 지나 골목 아래를 내려가는 길에는 배달음식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골목골목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포장해서 먹을 만한 곳이 없는지 둘러보던 도민은 족발집 앞에서 잠시 멈춰 섰지만, 가격을 보고선 흠칫 놀라 계속해서 내려갔다.

도민이 발길을 멈춘 곳은 새로 생긴 듯한 동네 마트였다. 정육점이 붙어있는 초록색 지붕의 마트는 양파나 대파와 같은 식재료를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도민은 근방에 사는 아파트 주민으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분이 마트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곤, 믿어도 될만한 마트일 것이라는 생각했고 여성을 따라 자연스레 입장하였다.


도민은 예전부터 마트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매일매일 변하는 애호박 가격을 구경하며 물가에 대해 한탄하는 것도 재미였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은 할인 상품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적은 금액으로 최대의 효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환인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았기에 대학생 시절 도민은 종종 마트에서 그날의 할인 상품을 구경하곤 했었다.


취준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민은 앞으로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레 세일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곳으로 몸이 향했고, 오늘의 할인 품목인 앞다리살을 흡족한 표정으로 바구니에 담았다.


필요한 생필품과 식재료를 산 도민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란색 유치원 버스가 정차하는 것을 보았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는데, 마지막 아이가 내렸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도민은 아이의 부모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이는 유치원 선생님과의 90도 인사를 마친 후 익숙한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도민은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어렸을 적 엄마가 하원 시간을 착각해서 유치원에 늦게 도착했을 때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것이라 착각하고 서럽게 울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앞에서 걸어가는 아이와 비교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던 도민은 어릴 때는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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