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01호 청년 03화

도민의 방

by 김승수

부모님이 떠난 집에 홀로 남겨진 도민은 홀로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비록 전세이긴 하지만 서울 하늘아래 유일하게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인 301호에서 그가 앞으로 가장 많이 하게 될 행동이었다.

대학생을 벗어나 군인이 되었고, 군인을 벗어나 민간인이 된 도민은 이제 취준생이 되었다. 말이 좋아 취준생이지, 전세방이 있는 A급 백수가 된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직책을 받아들임으로써 앞으로 겪게 될 험난한 세상에 대해 걱정하겠지만, 도민은 이번에도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어떻게든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도민은 좀 더 바라보고 있을 수 있었지만, 목이 말라 몸을 일으켜 세웠다. 붙박이식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찾아보았지만, 이제 막 이사 온 집에서 그가 원하는 것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다른 음식이나 물건이었으면 포기하고 누었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물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을 받은 도민은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9월 초, 입추가 지나 절기 상으로는 가을이었지만, 한반도에서 봄과 가을은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짧아졌기에 반팔을 입어야 하는 기온이었다. 도민은 여전히 더운 날씨에 궁시렁거리며 집에 있는 반팔을 하나 집어 들고선 밖을 나셨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옆집을 힐끗 보니 유산균이라고 적힌 작은 초록색 가방이 하나 걸려있었다. 도민은 옆집 이웃이 건강을 열심히 챙기는 사람일 것이라 추측하며,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도민이 사는 오피스텔 근처에는 이상하리만큼 병원이 많았다. 도민은 방을 보러왔을 때 주변에 보이는 다양한 종류의 병원을 보며, ‘여기서는 아파도 죽을 일은 없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을 떠올렸다. 실제로 부동산 사장님도 병원이 많은 것을 컬쳐 타운의 큰 장점이라는 듯 설명했기에 도민의 생각을 뒷받침해주었다.


수많은 병원을 뒤로한 오피스텔의 뒤편에는 편의점이 위치하여 있다. 컬처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편의점이기에 오피스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편의점이었다. 도민 또한, 이제 컬쳐 타운의 주민이 되었기에 역시나 병원을 등지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이가 5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하며 도민을 맞이했다. 도민은 편의점을 둘러보는 척을 하다 물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고르기 위해 관찰을 했고, 고민 끝에 2+1 하는 물을 집어 들어 계산하고선 편의점을 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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