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에게 학창 시절은 무료한 시절이었다. 학창 시절에 친구가 없어서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거나, 추억을 남길만한 활동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렇다 할 취미도, 관심사도 찾지 못했기에 그저 하루하루가 무료하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도민의 부모도 아들의 이러한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도민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줄곧 도민에게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라며 서울에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길 권유하였다.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도민이었기에, 부모님이 서울에 가는 것을 권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였고 서울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도민은 공부에 적당히 소질이 있었고, 흔히 말하는 인서울을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은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세 도민의 '좋은게 좋은거지' 라이프를 방해하는 사건이 등장했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대학교가 있는 만큼 많은 학과가 존재하였고, 도민은 ‘대학교’와 ‘학과’라는 두 가지 선택사항을 결정해야만 했다. 취미도 관심사도 없던 도민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수요 없는 공급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민이라고 해서 사회적인 흐름을 거부하며 다른 길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 혼자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조차도 흘러가는 대로 살고자 하는 도민에게 불필요한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도민은 19년 인생을 살아오며 처음 진지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했었다.
애석하게도 18년 동안 찾지 못한 것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발견하기에는 쉽지 않았고 결국, 평소 집중력이 좋지 못해 진득하게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였던 도민은 결국 '관광경영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을 가기로 마음먹는 과정이 그랬듯 이번에도 선택에 있어 큰 이유는 없었다. 그저 학과 이름에 '관광'이 들어가 있으니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밖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지 않을까 해서였다.
관심 없던 학과에 진학한 도민이 대학교에 흥미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관광경영학과는 도민의 예상과 달리 '관광' 보단 '경영'에 치중된 과였고, 그가 힘들어하던 책상에 앉아 있기를 요구했다. 공부를 싫어하지는 않았기에 학점은 무난하게 나왔지만, 그것이 전부일 뿐 그가 학과에 애착을 갖게 될 일은 없었다. 그런 그가 계속해서 학교 수업에 꾸준히 출석한 이유는 '대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불특정 다수의 의견 때문이었다. 도민은 그러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였고, 졸업장이라는 증명서를 얻기 위해 묵묵히 나아갔다.
도민의 주관 없는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대학 동기가 본인은 30살 되기 전에 1억을 모으고자 ROTC를 지원하였으니 도민도 함께 지원하지 않겠냐고 권유하였고, 이를 들은 도민은 1억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독립을 위한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를 부모에게 이야기하였더니, 부모는 도민이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먼저 나서서 이야기한 것에 놀라며,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들이 그렇듯 모든 것이 무난하며 모난 구석이 없는 도민이었기에 군은 그런 도민을 집단의 일원으로 받아주었고, 2년의 후보생 생활과 2년 4개월의 장교 생활을 거쳐 지금의 컬쳐타운 주민인 도민이 탄생하게 되었다.
도민이 이곳 컬쳐타운을 자신의 2번째 자취방으로 선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에 있지만 전세값이 싸다.’
도민은 항상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 부모에게서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
었다. 전역한 도민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돈으로 집을 마련해야만 했다. 도민이 컬쳐 타운으로 오기 전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은 4000만 원이었다. 전역 후 살 집을 얻기 위해 군생할 내내 모은 3500만 원과 기존에 갖고 있던 500만 원은 다른 이에게는 몰라도 도민에게는 나름대로 큰돈이었다. 도민은 이 돈으로 자취방을 구하고자 했다.
도민이 이제껏 살아본 지역은 고향인 '대구'와 대학 생활을 한 '서울' 두 지역뿐이었는데.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귀찮았던 도민은 두 지역 중에서 직장을 구하기에 괜찮을 것이라 판단되었던 서울에서 살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도민은 서울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해 매물을 찾아다녔고, 서울에서 저렴한 방값을 자랑하는 신림동이 유력한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신림동은 가격은 싸지만, 치안이 좋지 않다.'라는 소문이 많았지만, 도민에게 그러한 소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자신이 목표한 '경제적 독립'이라는 것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4000만 원이라는 자금은 좋은 원룸 오피스텔의 전세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웠지만, 조금 허름할지라도 서울에살고자 한 도민에게 ‘컬쳐 타운 301호’는 최선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