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01호 청년 01화

신림동 오피스텔

by 김승수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오피스텔 여타 다른 오피스텔들처럼 네모난 직사각형 모양의 특별 할 것 없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고, 주차장 옆 한그루의 단풍 나무는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증명하듯 빨갛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컬쳐 타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오피스텔은 9층 높이의 오피스텔로 원룸과 투룸인 방이 모두 있는 만큼 다양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하얀색 쉐보레가 오피스텔 앞에 주차되어 있던 것을 제외하고는 여타 다른 날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오피스텔 자동문에서는 눈썹도 채 닿지 않는 짧은 앞머리와 위아래 검정 체육복을 입은 도민이 나오고 있었다.


“그거 놔두세요. 제가 옮길게요.”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 있는 집을 낑낑거리며 내리려는 엄마를 향해 도민은 달려갔다.

“아냐. 별로 안 무거워서 엄마가 할 수 있어.”

“또 고집 피우신다. 거기 두면 제가 할 테니 옆에 옷만 좀 챙겨주세요. 아빠! 같이 가요.”

식기가 부딪쳐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도민은 부모님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어색하게 3층 버튼을 찾아 눌렀다. ‘3층입니다.’라는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문 바로 앞에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301호의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짐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며 잠시 멈춰 서 있는 도민을 피해 도민의 어머니는 박스를 뜯어 안에 들어있던 식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고, 아버지는 9평가량의 작은 원룸을 돌아다니며 화장실 물은 잘 내려가는지, 수압은 괜찮은지를 확인하신 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도민과 아버지가 3번에 걸쳐 3층과 1층을 오르내린 결과 쉐보레에 들어있던 박스들은 모두 301호로 옮겨졌고, 그 사이 도민의 어머니는 그간의 살림 내공을 바탕으로 짐들을 척척 정리하였다. 대학 시절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시작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약간의 감상에 젖어있던 도민은 배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울림에 점심시간이 되었음을 느꼈다.


“아버지, 이사도 했는데, 짜장면이나 하나 시켜 먹을까요? 제가 특별히 탕수육도 사겠습니다.”

“김중위. 전역해서 월급도 못 받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에이, 그래도 이사도 도와주셨는데 탕수육 하나는 사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하나 시켜 봐봐.”


휴대폰에서 배달 앱을 킨 후 중식 코너에서 가게를 살펴보던 도민은 주소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주소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관악구 신림동 컬쳐타운 301호’ 익숙지 않은 주소를 입력 후 가장 주문이 많은 중국집에서 탕수육 A 세트에 짬뽕 하나를 추가하여 주문을 완료하였다.


잠시 후 배달 기사와 함께 탕수육 A 세트와 짬뽕 하나가 도착하였고, 집 안은 그새 중국집탕수육의 눅진하고 기름진 냄새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도민은 짜장면 비닐 위에 곱게 놓여있는 중국집 쿠폰을 보며, 이번에야 말로 쿠폰 10장을 모아 군만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고선 짜장면 겉 비닐을 뜯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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