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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pr 30. 2023

한 번 빠지면 나올 수가 없는 Denim의 세계

Denim과 초밥은 닮아있다. 

01 | 데님과 스시

 데님 얘기하는데 왜 초밥, 스시를 얘기하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나의 경험담을 하나 풀고자 한다. 


 2017년 군 입대를 7일 앞두고 뭐라도 해야겠지 싶어서 도쿄로 떠난 적이 있다. 여행 마지막 날 현금이 많이 남아서 그래도 일본 왔으면 초밥 한 번 먹어야지 싶어서 1만 8천엔(약 18만원)을 스시집에서 한 끼 식사로 태웠다. 당시에는 오마카세가 그리 핫할 때도 아니고 나도 스시를 잘 몰랐던 때이다.  당시 나는 회전초밥집의 초밥도 맛있다고 생각을 했고 일반적이라면 초밥에 10만원 이상을 태울 생각, 아니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바로 한 입을 먹자마자 바뀌었다. 분명 같은 생선이고, 같은 밥이고 심지어 모양도 비슷한데 맛은 진짜 너무도 달랐다. 물론 재료와 셰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 예상을 한참 빗나갈 정도로 달랐다. 프렌치처럼 화려한 재료, 분자 요리 같은 화려한 테크닉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재료와 손짓 몇 번이 다일뿐인데. 코스가 이어질수록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한 느낌이었다. 돈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18만원을 초밥에 쓰는 게 이해가 안 됐는데 '아 정말 가치를 하는구나' 싶었다. 데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데님은 그냥 편하게, 저렴하게 입는 옷. 10만원이면 되는 옷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리고 실제로 10만원이면 충분히 좋은 데님을 살 수 있다. 100만원이 있으면 발렌시아가나 구찌 맨투맨을 샀지, 데님을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비슷하게 한 번 경험을 하니 '아 값어치를 하는구나'를 느꼈다. 비슷한 색깔, 뭐 프린팅이나 자수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가격은 2배, 아니 5배가 넘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고 몸으로 느끼니 워싱의 감도, 디테일, 원단, 부자재, 핏이 어우러져서 주는 느낌은 너무나 달랐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 이게 보이기 시작한 뒤로 아무리 요즘 저렴한 가격으로 잘 만드는 브랜드가 많다고 해도 이 부분은 절대 가깝게,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회전초밥과 오마카세에서 먹었던 초밥이 달랐던 것처럼. (물론 이 부분은 주관적이다. 초밥을 좋아하지 않으면 별 차이가 안 느껴질 수도 있고 데님 또한 마찬가지다.) 이처럼 데님과 초밥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고 생각을 한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점. 한 번 넘어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점. 그리고 심지어 둘 다 일본이 최고다!



02 | 작은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 

초밥도 데님도 별 다를 기교가 들어갈 틈이 없다. 기본적인 틀이 거의 있기 때문(물론 자유롭게 변형을 할 수 있으나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데님, 초밥으로 한정을 짓겠다) 그래서 기본적인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좋은 재료, 숙성과 손질. 샤리를 쥐는 법, 밥을 짓는 법 등이 초밥의 맛을 좌우한다. 실제로 일식당에 가면 밥 짓는 것만 1년 동안 배웠다는 사람도 많다.

   데님도 마찬가지다. 좋은 원단, 재단 방식(셀비지), 염료, 워싱 방법에 따라 결과물에 차이가 많이 난다. 고급, 복각 데님의 경우 사실 공정이 거의 수작업에 가깝다. 실제로 웨어하우스는 옛 데님을 그대로 복각하기 위해서  반세기 전에 개발된 방직기인 도요타 사의 G3로 원단을 방직한다. 아이폰 시대에 무전기를 쓰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해서 이렇게 빈티지한 청바지가 탄생하게 된다. 

Warehouse의 데님

03 | 원단이 중요한가?

 원단이 중요한가라고 물어볼 수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콘밀이나 더 저렴한 원단도 충분히 좋은 원단이다. 하지만 데님은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그래픽이나 프린팅, 독특한 패턴같이 크게 기교를 부릴 것이 없기에 작은 차이가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데님은 원단을 염색하고 워싱 과정을 거치는데, 좋은 원단은 일반적인 원단과 발색이 다르고 페이딩 또한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차이지만 마니아에게는 굉장히 큰 차이

좌 보세, 우 Celine

04 | 그래서 뭐가 다른데? 

 뭐가 다르냐고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 편에서 소장하고 있는 데님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더블알엘. 더블알엘을 가져온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가장 차이를 보기 쉽기 때문. 스시집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듯이 청바지 브랜드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다. 원단에 집중하는 곳, 복각에 집중을 하는 곳. 핏에 집중하는 곳... 그중 더블알엘은 워싱에 집중하는 곳이다. 그리고 특유의 미국적인 워싱, 빈티지한 워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순한 워싱이 아니다. 더블알엘이 재현하고 싶어하는, 보여주고 싶어하는 서부개척시대 그 당시에 입었을 법한 그런 워싱들을 보여준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부합하는 워싱 덕분인지 더블알엘은 옷의 기능을 넘어 컬렉터의 수집품으로서도 수집되기도 한다. 자세한 것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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