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기록 시
잘. 지내시는지요
저요 글쎄요
잘은 무엇이고, 지내는 것은 또 무엇인지 나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밥 먹고 일은 잘 다니는 것인지 묻는다면 예에
밤에 잘 자는지 물으시면 아니요
넷이 셋이 된 모습에 퍽이나 좋아 보이더랍니다
어째 애초 내 자리가 아니었던 듯
어찌 시리지 않겠습니까,
마음이 이리도 이리도
다솜
순우리말로 사랑을 뜻한답니다
그래서 사랑을 편애하고, 집착하는 것이었을지
이렇게 외롭고 괴로운 것인지
그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길 가다 어느 영험한 노인 하나 날 붙잡고
어떻게 살고 있대, 엄청 괴로울 것인데
그럼 난 그 자리에 고꾸라져버릴 것 이라고요
이마 땅에 짚으며 제발 살려달라 빌겠나이다
마르고 굽은 등을 쓸어내리며
사람인(人)은 사람 둘이 기대어 있는 모습들 본 따 만든 것이래요
그러니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예에. 실은 나도 절실히 필요한 말인데,
꼭 나한테 만큼은 참으로 모질더이다
늙은 여자가 얘기하더랍니다
애들은 태어날 때 먹고살 것 하나씩 쥐고 태어난다고
젊은 여자는 픽 웃었습니다
늬들 미술 시키느라 깨진 돈이 얼만데 쥐고 태어나길 무얼. 그거 다 돈이지
어린 여자는 그치?하며 웃었습니다
그렇지. 내가 살 길은 그림이지
어린 여자의 운동화 끈을 묶는 속도가 빨라질 즈음
그러니까, 어린 여자가 젊은 여자의 나이가 되었을 때
딱 죽고 싶더랍니다
길을 건널 때면 차에 치이고 싶었고,
잠들때면 이대로 깨어나고 싶지 않았더랍니다
쥐고 태어난 살 길, 미술을 하고 있는데도요
그러던 중
발이 귀만 하던, 어느새 날 내려다보는
더 어린 여자가 와서 말을 걸더랍니다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세상에 누가 뭐라 해도 무조건적인 네 편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제야 알겠더랍니다
내가 쥐고 태어난 살길은 그림이 아니라 이 여자였다는 것을
다영
많을 다(多) 헤엄칠 영(泳)
사주에 물이 없어 헤엄칠 영
맑고 현명한 아이, 내가 사랑하는 아이
내 가족, 내 사람, 내 사랑
내 사주에도 물이 없다는데,
내 이름도 물의 이름을 썼더라면 팔자가 좀 나아졌을까요
개명할 용기는 없어 필명을 가람으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행복하더랍니다
내 곁에 있어서요
물의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