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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Jul 20. 2023

강05 마이크 다음은 무엇?

영상 매체에 대한 이해

영상의학과(Radiology)는 말 그대로 의료영상을 다루는 분야이므로 영상물 없이 강의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여, 지난 40년간 영상의학자로 살아온 나의 경륜은 영상물과 함께한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인문학 분야는 영상물과는 거리가 먼 학문이었다. 그들은 강의할 때 기껏해야 칠판에다 분필로 키워드 몇 자 쓰고 중요한 한자 풀이나 하면서 침 튀기며 설명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솔직히 나는 이런 느낌이 들었다.

"야, 저거 돈 되겠네. 저 양반들은 입만 가지고 다니면서 강의를 하니 재료대 한 푼 안 들고, 저것이야말로 알짜배기 수입이네."     


사실이 그랬다.

우리는 40분짜리 강의 하나 하려면 슬라이드가 40~50장은 족히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생산되지도 않던 슬라이드 필름에다 마운트까지,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았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의 그런 싼 강의료 받아가지고서는 어떤 때는 슬라이드 제작 원가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한편으론 그런 그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강의에 영상물을 동원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그들이 답답하기도 했다.     


'거 참 이상타. 저들은 왜 사람의 오감 중 청각만 이용할까? 그들은 왜 청각과 함께 그 강력한 시각을 동원할 생각을 못 할까? 나중에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문학 강의를 한번 해봐야겠다.‘ 
 (1980년대에 시작된 이 꿈은 2000년대 초반에 가서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고, PPT가 나왔고, 빔프로젝터가 등장하고, 영상물 전성시대가 되었다. 이제 칠판은 학교 강의실에나 유물처럼 남아있고, 규모가 큰 그럴듯한 강연장에는 칠판 대신 커다란 스크린이 자리 잡았다. 이런 시대의 조류에 밀려 지금은 인문학 강사 중에도 PPT 영상 없이 강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오랜 세월 입만 가지고 살던 사람들이다 보니 아직 영상물에 대한 개념이 잘 없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할 때가 많다.     

         

그럼, PPT나 동영상을 동원하며 강의할 연자가 연단에 섰을 때 마이크 다음으로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이 장에서는 아래의 질문 하나만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영화관에서 실수로 실내조명을 끄지 않고 영화를 상영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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