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에서 뺄셈으로
대상 파악이 끝나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강의 준비에 들어갈 차례다.
이때 맨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가르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 청중에게 가장 도움이 될만한 지식은 어떤 것인지, 내용은 어떤 수준에 맞출 것인지, 분량은 꽉 채울 것인지 헐겁게 채울 것인지 등에 대해 확실히 하고 난 후에 강의록을 작성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된 세세한 부분들은 나중에 나올 『강의 기법』 편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이 장에서는 강의 준비 시 지켜야 할 대원칙 하나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 원칙이 무언가?
그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면서도 누구에게나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주어진 시간 지키기'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덧셈에서 뺄셈으로
강의 준비는 충실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강의에 필요한 자료들을 빠짐없이 수집해서 강의록을 짜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의 준비 전반전은 덧셈의 시간이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이제 가지를 쳐내고 다듬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의 준비 후반전은 뺄셈의 시간이다.
원래 덧셈보다는 뺄셈이 더 어려운 법. 글이나 강의도 마찬가지다.
짧은 내용을 길게 늘이는 것보다, 긴 내용을 짧게 축약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거기에는 고통도 따른다.
일껏 만들어 놓은 강의록에서 하나하나 쳐내려면 애인과 이별하는 만큼이나 속이 쓰리고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연인에게 잘 보이려고 치장하는 데 공을 너무 들이다 그만 약속 시각에 늦게 도착해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 덧셈보다는 뺄셈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줄일 것인가?
강의 내용은 주제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집은 단단한 지반 위에 튼튼한 골격을 세운 후 내부 시설과 외부 시설을 덧붙인 것이다.
강의로 치면 지반과 골격이 주제이고 나머지는 이 주제를 잘 나타내기 위한 부연 설명이다.
그러면 무엇을 줄일 것인지는 분명해진다.
얼마나 줄일 것인가?
답은 뻔하다.
강의 시간에 맞게 줄이면 된다.
그게 말처럼 쉽나? 빼다 보면 강의 시간 덜 채울 수도 있고 주제가 흐트러질 수도 있을 텐데.
맞다. 이 부분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난제다.
그래서 PPT가 필요하다.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필요한 자료들을 다 수집하고 강의할 내용의 전반적인 얼개를 짰으면 그것으로 PPT를 작성한 후,
그것을 여러 번 돌려보며 전체 내용을 숙지한다.
이제 리허설을 할 차례.
이때 중요한 것이 녹음이다.
그냥 리허설을 하는 게 아니라 휴대폰의 녹음기 버튼을 누른 후 리허설에 들어간다.
리허설이 끝나고 나면 녹음기를 틀어놓고 PPT를 돌리며 파트 별 소요시간과 슬라이드 매수를 하나하나 체크하여 엑셀파일에 기록한다.
그러고 나면 전체 전체 소요시간과 총 슬라이드 매수로 슬라이드 장당 평균 소요시간을 계산한다.
이제 실예를 하나 들어보자.
다음은 필자가 첫 저서인 『얼굴특강』 출간 후 ‘예스 24 수영점’에서 열린 출판 기념 강연회 준비 시 작성한 내용이다.
이걸 보면 답이 나온다.
빡빡하게 진행하려면 몇 장 정도 줄이고, 널널하게 진행하려면 몇 장 정도 줄여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몇 장 정도 빼야 할지가 전체의 틀 속에서 눈에 들어오게 된다.
타이틀사진 출처 - 서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