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우물 Oct 06. 2024

추억이란 묘약

별것 아닌 일로 아내와 다투고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다음 날, 오전 내내 가슴에 맷돌 하나 올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조여 오는 것 같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방에 돌아와 

커피 한잔하면서 생각하니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 왈(曰) 나이 육십이면 이순(耳順)이라 

남이 무슨 말을 하든 귀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 경륜과 연륜이 쌓인다고 하였는데,     

 

예순을 넘어도 다섯 번은 더 넘기고도

4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아내의 말 하나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지 못하고      


아직도 기가 살아 말 한마디에 지렁이 소금 뿌린 듯 

성질이 꿈틀거리고 앉았으니 이 일을 어이할꼬?     

     

내 가슴이 이리 답답~한데 집에 있는 아내는 오죽하랴!     

어찌하면 상처받은 아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꼬?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번개같이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내 노래를 배경으로 깐 추억의 동영상 제작 -  

        

레지던트 둘을 차례로 불러, 

과거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내 노래 중 'Yesterday'를 골라     

그 노래 위에 아내와 함께 찍은 추억의 옛 사진 10여 장을 입혀 

한 시간 넘게 낑낑대며 뮤직비디오를 한 편 만들었다.   

  

그런 후, 아래와 같은 멘트와 함께 아내에게 카톡으로 날렸다.     


“당신을 위해 

하루 종일 공들여 만든 것이니 

 이것 감상하고 마음 푸시오.”     


그러자, 온종일 밥도 안 먹고 있던 아내가 이걸 보고는

얼어붙었던 마음이 노골노골 녹아내려 이렇게 답이 왔다.   

   

“당신 

못 하는 것이 없네. 

당신 노래 간 만에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그럼요.

열심히 살아야죠..ㅎ"          


거기에 더해 아내는 

그 동영상을 가족 단톡방에 올려놓고

아이들과 종알종알 문자 삼매경이다.          


역시, 

부부간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둘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만 한 묘약은 없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