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아침 식사시간
식사 말미에 기독교와 불교에 대해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말하길
“우리 민족 5,000년 역사에서 한국인의 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뭐니 뭐니 해도 석가모니와 공자라, 두 분 다 대단한 현인이었지. 며칠 전에 나이에 따른 경지에 관한 공자님 글을 다시 접했는데 씹을수록 맛이 나는지라 어디 당신도 한 번 들어 보소.”
"십유오이지어학(十有五而志於學)이라,
나는 열다섯 살 때 학문에 뜻을 두고 공부를 시작하였노라.
당시 열다섯이면 공부를 시작하는 나이 치고는 늦은 나인데, 어릴 적 집이 하도 가난해서 먹고살기 바빠서 그랬다는구먼."
“그래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
나이 서른에 뜻을 세우고 삼십 대에 그 뜻을 이루었다 하니 멋지지요.
여기서 ‘이’라는 말은 ‘무엇 무엇과 같다’ 혹은 ‘무엇 무엇이 되니’라는 연결어이니
앞으로 ‘이’가 나오면 그리 알고 들으셔."
“알았시요.”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
나이 마흔이 되니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꿋꿋이 나의 길을 가는 거라.
참 대단하지 않소?”
“그러네요.”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이라, 나이 오십이 되니 하늘의 뜻을 알고."
그다음 “육십이(六十而)“ 하고 나오려는 데 갑자기 그다음 말이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래서 시간을 좀 벌어볼 양으로 “약 좀 먹고 할게.”라고 말한 후, 식후에 먹는 건강보조제 세 알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한 모음 머금고 삼키려는 찰나, 아내 왈(曰)
“나이 육십에 마누라 뜻을 알았답디까?”
갑자기 웃음이 터져 입안에 든 것들이 확 다 뿜어져 나올 것 같아 참는다고 오만 인상을 다 쓰면서 제발 좀 웃기지 말라고 손짓을 해대니 갑자기 아내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뚝!” 하고 고함을 지른다.
거기에 놀라서일까? 웃음이 멈추고 겨우 약을 삼켰는데, 그러자 이어지는 아내의 말
“원래 하늘의 뜻을 알기보다 마누라 뜻을 아는 게 더 어려운 거라요.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면 나이 60쯤 되어서는 이제 마누라 뜻도 알아야제.”
아까 못 웃었던 것 이번엔 실컷 웃었다.
그러고 나니 아까 생각나지 않던 부분이 생각나 내 말을 다시 이어갔다.
“이제 제발 좀 웃기지 마소.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 나이 육십이 되면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고….”
“그건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네.”
"역시 머리 회전이 빠르시구먼."
"으흠, 이어서 이야기 하지. 나이 육십이 되면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고,
귀가 순해져서 남이 나보고 무슨 말을 하든 화를 안 내요."
“그건 당신이 들어야 할 소리 같네.”
"아이고, 무슨 말을 못 하겄다. 자 이제 마지막!"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나이 70이 되니 내 마음대로 행해도 법에 어긋남이 없구나.
젊었을 때는 법과 도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참아야 하고 절제해야 하노?
하지만 70이 되니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아무 거칠 것이 없다니. 야~~ 완전 신선이네 신선이야."
“아이고~ 나이 70이면 이제 기(氣)도 힘도 다 빠져 가지고 하고 싶어도 못 할건데
지 마음대로 한다 해가지고 법에 어긋날 게 뭐 있겠노? 안 그렇소?”
또 한 번 배를 잡고 넘어갔다.
"공자님이 당신 앞에서 설법 안 하기 천만다행이지, 했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
누가 당신 보고 코미디안 하라 안 합디까?"
“당신도 알다시피 내 기질 속에 엔터테인먼트 끼가 좀 들어있어서 그렇지요.”
"교회 사람들, 당신한테 이런 면이 있을 줄 상상이나 하겠나?"
그랬다.
겉보기에는 그저 청초하고 우아하고 모나리자의 미소를 머금은 조용한 귀부인 같은 모습인데
(내가 너무 나갔나?)
남편 앞에서는 오만 말 다 하고 남의 흉내도 곧잘 내면서 한 번씩 이렇게 사람을 심하게 웃기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