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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Nov 12. 2021

그 찻집 3

 이번 달로 이 찻집의 주인은 바뀐단다. 그동안 이 동네에 이사 와서 처음으로 정을 붙인 장소의 주인과 만날 수 없다니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왜 이사 가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상대방에게 실례되는 상황이라도 너무 궁금하고 떠나는 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일 수 있기에. 

 

 내가 이 찻집을 찾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이다. ‘수다 카페’라는 이름이 촌스럽기는 했지만, 막상 들어가니 맘에 들었다. 솔직히 그 당시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주위에는 술집이나 분식집이 즐비한 먹자골목의 끝자락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곳에서 7년이나 잘 유지하고 계셨기에 주인의 개인적인 사정을 물어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실은 집이 김포인데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엄마가 안 된다고 해서 집 근처에서 새로운 가게를 시작하려고요.”


  “어떤 가게요? 이런 찻집인가요?”  


  “네, 찻집을 겸한 효모 빵집을 준비하고 있어요.”

 

  “효모 빵집?”

 

 “그동안 효모 빵을 배우고 있었거든요. 잘 될지 모르겠어요.”

 

주인이 직접 만든 인형들


 개인적인 것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주인과 손님의 어려운 관계가 이제 막 헤어지려는 순간에 가까워지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은 다니던 수업이 종강할 시기인데 마지막이라 그런지 그동안 없었던 왕래가 생기기도 하고 친했던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갑자기 연락이 와 앞으로 관계를 계속하자는 회원이 있어 나들이까지 갔다 왔더니만 그것이 샘이 나서 그동안 가깝게 지내던 관계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기로 했더니 너무 답답하던 차에 들른 찻집에서 이런 이별 통보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면 위안도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경우인가 보다. 그동안 주인이 만삭이 돼 있었고 아이가 태어났었는데도 실례가 될까 봐 자세히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의 모든 것은 다 이야기했으니 ‘수다 카페’의 이름 대로다. 

 

 주인은 멀리서 아이 키우느라 카페 운영하느라 빵 배우느라 바빴을 텐데 항상 여유가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분위기가 수다를 떨게 하고 스트레스를 풀게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수필이 잘 안 써져요.”라고 했더니,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백일장에도 도전해 보세요. 기분전환으로요. 뜻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빛을 보기도 해요. 저도 실은 동화작가였고, 시나리오도 썼었는데 완벽하게 된 후에 뭐라도 하려다 놓쳐버렸어요. 완벽해지면 참신성이 떨어지나 봐요. 완벽히 쓰려고 하면 저처럼 포기하게 돼요. 그러니 부족한 상태가 좋은 것으로 생각하세요.”라고.

 

 주인이 작가였었다니. 그동안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주었던 것도 주인이 같은 세계에 있어서 가능했었다. 그러면서도 주인과 손님의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깊은 화제로는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고. 주인의 현명한 처세술에도 감탄했다.

 

 결국, 처음으로 알게 된 정보를 붙잡기로 했다. 근처 현충원 백일장에 일반 자격으로 참가해 보았다. 그런데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 결과가 있었다. 일반부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역시 카페 주인은 제대로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글을 꾸준히 쓰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찻집 주인의 역할이 컸는데 이제 며칠 후면 볼 수 없다니. 아쉽지만 연락처를 받아서 다음에 김포에 가 보고 싶다. 그리고 멋진 글을 써서 주인이 못 이룬 꿈을 대신 꽃 피울 수 있도록 기도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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