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이해하다.

누가 먹다 남긴 우유를 먹을까?

by 허진희

모태불교집안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알게 된 나, 혹독한 지난날의 잘못을 깨우치고 반성하는 나날들을 보내며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힘든 것은 바로 경제적 고난이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늦은 오후, 난 두끼를 굶었지만 배고프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입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날들을 이어졌다. 너무 정신이 없는 날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지인으로 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맛있는 바나나우유를 들고 오셨다. 나는 금새 우유 한통을 쭈욱 마셨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외출중 일때는 거의 밥을 먹지 않았다. 배고픔을 느낄 수 있는 날에는 최소한의 돈으로 허기를 달랬다. 나는 알고 있었다. 하나님의 훈련이라는 것을... 그래서 억울하진 않았다. 하지만 비참한 기분이 종종 들었다. 지인은 바나나 우유를 남긴채 내 차에 두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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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여기 저기 볼일을 보고 다니다 보니 두끼를 굶었나보다. 이 날은 정신이 좀 있었는지 배고픔이 심하게 느껴졌다. 전 날 지인이 먹다 두고 간 우유가 눈에 띄었다. 상했을지도 모르는 우유였지만 나는 먹고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먹지 않았다. 너무 배가 고팠지만 상했을지도 모르고 더군다가 비참함이 올라왔다.

배고픈 아이를 위해 마트에서 분유를 훔치는 부모, 부모로 부터 학대를 당해 길거리를 헤메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을것을 훔치는 아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아니 공감되었다. 훔치는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말이 아니다.

300원으로 허기를 달래는 방법을 깨우친 후, 나는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세상에 이런일이! 껌한통에 500원인데 300원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다고? 45년만에 소소한 행복을 제대로 느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아주 소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00원 2000원의 후원으로 누군가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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