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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Mar 25. 2024

토론토에서의 일주일

 오타와에서 버스를 타고 토론토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즈음이었다.

 버스가 멈추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친구 B가 마중 나와 있었다. 여행을 온 곳에 친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든든할 줄은 몰랐다. 길을 찾는다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고,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줄어든다. 물론 길을 찾아가는 것이 여행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A와 나는 지난 2주간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A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어찌어찌 우리는 B를 따라 지하철을 탔다. 시내중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조용한 주택가에 도착했다.

B는 이곳의 주택들 중에 한 곳에서 반지하의 한 방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다. 미드 속 워킹데드에서 좀비들과 추격전을 벌이던 그런 주택가들을 걸으니 영화 세트장을 걷는 기분이었다.


(출처: unsplash)


 막상 친구 B가 사는 곳을 이렇게 직접 보니 괜스레 미안한 순간이 기억이 났다. B가 워홀로 캐나다로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카톡으로 도착한 사진을 보내왔다. 토론토의 거리 사진이었는데 나는 그저 예쁘다는 생각밖에 하질 못했다. B는 집을 구하지 않고 갔던 거라 당장에 잘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고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영어를 써가며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같다. 설레기보다는 무서웠을 것 같은데,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던 나의 무심하고 낮은 공감능력에, 이 글을 쓰면서 또 한 번 반성하게 된다.

 실제로 집을 구하기까지 며칠을 지하철에서 노숙을 했다고 한다. 지하철을 지날 때 B가 한 노숙자와 반갑게 인사하면서 며칠 노숙했다는 말을 해줬던 기억도 난다.

 워낙에 자기 일을 잘해나가고 생활력도 좋고 친화력도 좋은 친구라 그저 잘 살고 있구나라는 표면적인 부분밖에 보질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하나의 방을 찾았고, 캐나다의 국민 카페? 라 할 수 있는 팀홀튼에서 일자리도 구한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나라면 엄두도 못 냈을 행동력은 친구지만 참 부러운 모습이었다.


  어찌 되었든 5일을 우리는 토론토에서 B와 함께 있으며 놀기로 했다.


 B는 우리와 함께 있는 한 주 중에 하루는 일을 하고 그 다음날부터 휴가를 가진다고 했다. A와 나는 저녁에 B가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팀홀튼으로 갔고 B와 만나 토론토의 거대한 백화점으로 갔다. 길을 걷다 보면 쭉 늘어진 상가들에서 직원들이 중국말, 일본어, 한국어를 막 써가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어가 신기해 눈을 마주쳐 버린다면 붙잡혀 버릴 것 같아서 곧장 백화점 않으로 들어갔다.


 쇼핑을 하고 푸드코트에서 각자 먹을 것을 골라오기로 했다. 나는 샐러드를 사서 갔는데, 정말 한심하다는 A와 B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간단하게 먹고 다시 각자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다시 하고 나니 금세 배가 고파졌다. 밖을 나와서 B가 자주 가는 햄버거 집을 갔고 햄버거는 부담스러워서 감자튀김만 시켜 먹었다.

 캐나다의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특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는 감자튀김을 퍼서 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준다. 감자가 정말 많나 보다 싶으면서도 살이 찌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토론토에서의 여행도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출처 : 픽사베이)


 일단 먼저 생각나는 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12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해 벌써부터 마켓이 열렸다. 이런 경험은 아주 귀하기에 저녁에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토론토에서 어느 곳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을 맞이했다. 입구 한 켠에서는 음악 공연도 하고 있었다. 복작복작한 인파들 속을 거닐다 보면 수많은 상점들과 행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추운 겨울밤에 반짝반짝하고 활기가 넘치는 이런 축제장소에 있다는 것도 이들의 문화를 즐기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깊게 들어가긴 어렵겠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문화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 축제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일단 발이 가는 곳으로 아무 데나 들어갔고, 그곳에는 예쁜 장식품들과 주방용품들이 쭉 있었지만 꼭 사고 싶다는 물품은 아쉽게도 없었다.


 이런 마켓에서는 물품을 사는 것보다는 역시 먹는 것을 사는 것이 만족감이 크다. 그중에서도 터키 다리구이는 줄이 늘어져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줄을 섰고, A는 커다란 터키 다리 구이를 하나 샀다. 나도 먹을까 하다가 하나 다 먹지 못할 것 같았고 고기가 막 당기지 않아서 먹지 않았다. 버리더라도 하나 사 먹어는 볼 걸 하는 생각은 들었다. A 거를 한 입 먹어보았는데 맛이 엄청 맛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런 분위기에서 먹으니 맛있는 맛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푸드트럭에서 파는 핫도그가 그렇게 먹고 싶어 보여 하나를 사서 나눠먹었다. 소스가 부족해 퍽퍽한 느낌이었지만, 충분히 맛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날, 토론토 아일랜드에 가보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하필이면 폐리를 운행하는 날이 아니었다. 바람이 미친 듯이 불 때부터 뭔가 안 하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 운행을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보니 cn타워의 봉오리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출처: 픽사베이)


 우리는 다시 높은 건물들 속으로 발걸음을 돌려 큰 박물관에 도착했다. 찾아보니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이었다. 거대한 만큼 거대한 공룡 화석도 전시되어 있었고, 동양 전시관에서는 한국에 대한 전시물품들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건물 하나가 박물관이라 중간중간 의자에 앉아서 쉬어가야만 했다. 잠시 졸기도 했는데, A는 지친 기색이 없었고, 박물관을 참으로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동네 마트로 가서 감자칩 다발과 음료와 먹을 것들을 잔뜩 사서 B의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에 B가 김치찌개를 해주었고, 미친 듯이 먹었고 우리는 밤 산책을 하며 노래방을 갔다. 그렇게 노래방을 매일 다녔었는데, 여행을 와서까지 노래방을 갔는데도 좋기만 했다. 비싸긴 했지만 그리운 문화생활이었고, 한국 교민이 운영하시는 곳인 만큼 서비스를 엄청 많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밤늦도록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여행이라는 느낌이 든 일상이 아니라 친구 집에 놀러 간 기분이 들었다.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일정의 촉박함을 느끼지 않고 꽤 여유롭게 지냈었다.


 토론토에서 뉴욕이 가까우니 뉴욕을 갈까 하다가, 예산이 적절하지 않고 시간적으로 매우 빠듯할 듯하여 뉴욕은 건너뛰기로 했다. 대신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보는 나이아가라가 더 아름답다고 하니 꼭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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