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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Apr 08. 2024

11월의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1]

토론토의 친구 집을 어떻게 나섰는지는 모르겠다.  B가 배웅을 해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A와 나는 캐나다의 마지막 일정을 향해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옐로 나이프는 캐나다의 중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교통비를 아껴야 했기에 우리는 직항이 아닌 경유를 해서 가기로 했다. 중부 어디쯤에서 경유를 했었는데, 아마도 캘거리 공항이었지 싶다. 캘거리 공항에서 옐로 나이프로 가는 다음 비행기까지 3-4시간의 대기 시간이 있어서 우리는 공항 내 식당에서 간단하게 피자로 한 끼를 때웠다. 


이제 비행기가 너무 익숙해져 버렸는지 짐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겉옷을 벗어 바구니에 잘 담아 놓고서는 짐이 X-Ray 검사기를 지나는 동안 머릿속에서 내 짐을 챙긴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다행히 뒤에 계시던 어르신 분이 짐 가져가야 한다고 소리쳐주셨다.


여차여차 밤 8-9시 즈음에 옐로우나이프에 도착했다.


공항은 아주 조그마했다.


그리고 옐로우나이프는 무척이나 추웠다.


밖에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 줄에 서 있는 그 짧은 순간동안 몸이 소스라치게 놀란 듯 떨어댔다. 도착한 기념으로 A의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바람에 사진도 마구 흔들린 채로 찍혔다. 사진에 날의 옐로우나이프의 추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시골이다 보니 어두컴컴했고, 또 대중교통을 기대할 수 없겠다 싶어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우리는 택시를 탔다.


온 세상이 하얀 눈이었다. 하늘도 도로도 집들도 온통 하얀 눈들로 수북이 쌓여있었다. 보통 눈이 도로에 쌓이면 온갖 먼지와 검은 때들과 섞여 지저분한 눈들만 봐왔었는데, 여기의 눈들은 새하얬다. 땅의 오염된 정도를 눈이 넘어섰나 보다. 그리고 숙소로 굽이굽이 들어가면서 띄엄띄엄 널찍한 간격으로 이어진 주택들은 저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이 집들을 조명으로 꾸며놨다. 주황색 불빛들이 반짝반짝 집들을 에워싸고 있었고, 가로등은 없어도 될 정도였다.


숙소에 도착했다. 미드에서나 보던 2층 주택집이었고, 우리는 그중의 한 방을 얻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던 중에 집주인은 중요한 것이 있다면서 질문을 했다.


"우리가 키우는 개가 있는데 괜찮아?"


그리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사적으로 대답을 했다.


"나는 개를 사랑해(I love dog)"


개들은 나를 안 좋아할지라도 나는 개를 좋아했다.


이 숙소의 개는 허스키였고 이름은 '애플'이었다. 사람 이름은 잘 기억도 못하는데 어찌 스쳐 지나간 개 이름은 잘도 기억하고 있다. 아무튼, 집주인은 밖을 나갈 때 집 문을 꼭 닫아야 '애플'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이 점 주의해 달라고 했다. 혹여나 우리가 문을 꼭 닫지 않고 나가 '애플'이 집을 나갔다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늑대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하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상상을 해보았다. 한 번 마주치긴 했는데 얌전한 녀석이라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같은 날에 한국인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으로 이곳 숙소로 왔었다. 신혼여행으로는 조금 고되고 심심한 장소일 수도 있겠으나, 이곳의 꾸며지지 않은 날 것의 설경에서 오로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오로라를 보지 못할지라도) 낭만은 백점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늦은 저녁이었고 꽤 지쳐있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는 꽤 설레었다. 오로라를 볼 생각에 말이다. 집주인 말로는 가끔 숙소에서도 보인다고는 하지만, 마을의 불빛 때문에 잘 안 보일 것이라 했다. 우리는 인터넷을 서치 해보았고, 조금 걸어가면 조금 높은 언덕에서 사람들이 오로라를 본 경험들을 발견했다. 적어도 어두컴컴한 시간에 보는 것이 좋기에 우리는 11시 넘어서 길을 나섰다.


언덕은 나무 계단으로 길이 나있었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고, 매우 추웠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고, 하늘이 조금이라도 일렁이는 것 같으면 오로라인가 싶어 했다. 뭔가 초록색 빛 같은 것이 동그랗게 하늘에 떠있는 것이 오로라인가? 아님 그냥 마을의 불빛이 하늘에 반사된 건가? 오로라라고 하기엔 너무 실없는 농담 같아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른 체 A와 나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외국인 한 명이 삼각대와 좋아 보이는 사진기를 가지고 올라와 오로라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온 것을 보면 제대로 온 것은 맞다는 건데, 도통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시간 반이 지났을 까... 방광은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올랐고, 오로라를 봐야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꺾이기 시작했다. A도 이리저리 사진을 막 찍어보다가 지쳤는지 한시쯤 다되어서 숙소로 향했다.


"오로라겠지?"


A가 찍은 사진에 보이는 희미한 초록색 빛을 보며 우리는 오로라를 본 것이라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분명한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내심 아쉬웠던 마음이 컸었나 보다.


그렇지만, 이제 하루다. 옐로 나이프에서의 4박 5일 일정에서 우리는 겨우 하루를 보냈다. 아직 2-3번의 기회는 더 있었기에 한 번은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했었다.


평소 운이 좋은 나라면, 오로라를 보는 행운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며,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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