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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Apr 22. 2024

11월의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3]

호텔로 돌아온 시각은 새벽 3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고, 점심쯤 되어서야 일어났다. 개썰매를 타볼까도 했지만, 돈도 없었고 새벽까지 오로라를 보다 보니 꽤나 피곤해서 잠을 쭉 자기로 했다. 그리고서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오로라 투어를 찾아 나섰다. '오로라 빌리지' 였었는데 전화로 말고 직접 찾아가 보자 하여 길을 나섰다. 지도에 찍힌 주소를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한 가정집 주택만이 있었다. 구글 지도여서 잘못된 건 아닐 텐데 싶으면서도 이곳이 투어사일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이 말을 걸어왔다. 여차여차 설명을 하고 지도를 보여주고 했지만, 그 사람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지도상 우리가 찾으려고 했던 곳은 이곳이 맞으나, 저 집은 주택집이라고 했다.


"그 회사는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친절했던 주민의 나름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냥 전화를 하기로 했다. 통화하면서 당일 투어를 예약했고, 회사 위치를 물어보니 역시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저녁 9시에 출발하는 투어를 예약하고 우리는 그때까지 숙소에서 쉬면서 먹을 것을 사러 마트로 갔다.


한국인의 국민 야식인 치킨을 먹기로 했다. 여행을 하면서 이곳저곳 도시에서 치킨을 종종 먹었었다. 푸드코트에서도 닭강정 같은 것들을 먹었고, 고추장 양념 같았던 맛없었던 칠리소스 치킨 윙도 먹어봤다. 어딜 가서 먹든 한국 치킨만큼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치킨은 치킨이지 않은가...


치킨 얘기를 하다 보니 요즘 치킨 값이 진짜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올라서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치킨을 안 먹다 보니 안 먹게 되고,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아무튼 A와 나는 마트에서 파는 치킨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너무 가벼웠던 것일까?...


숙소 앞 3거리 횡단보도에서 길을 빠르게 건너려다가 치킨이 든 봉지를 쏟아버리면서 치킨이 눈 길 위로 쏟아져 나왔다. A와 나는 시간이 멈춘 듯 처량한 치킨을 바라보았다. 1-2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A와 나는 분명 허무함에 빠져버렸던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고마웠던 것은 도로 위에서 쏟았었는데 달려오던 자동차가 우리와 충분히 거리를 두고, 우리가 치킨을 애달프게 줍고 있는 것을 기다려 주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운전자의 그 웃음은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다행히라면 다행인 것은 치킨이 다 쏟아지진 않았다. 박스가 떨어지면서 반은 쏟아져 나왔고 반은 다시 뚜껑이 덮이면서 떨어졌기에 반은 건질 수 있었다. 다시 사러 갈 의욕이 나지 않아 우리는 살아남은 치킨을 저녁으로 먹었다.


조그마한 치킨 해프닝 이후 호텔의 푹신한 침대에서 푹 쉰 우리는 시간에 맞춰 로비로 내려갔다. 역시나 가이드 분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가이드가 한 명씩 있었다. 대형버스에 한중일 사람들이 함께 탔다. 역시나 어딜 가든 중국인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 몇 명이 있었다. 버스로 30분 정도 이동했던 것 같다.


(출처: 픽사베이)

이동한 곳엔 큼직한 티피(게르 같은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사진보다는 훨씬 더 컸고, 캠핑장처럼 꽤 잘 정돈되어 있었다.


먼저 와 있던 관광객들은 미리 카메라를 벌써부터 세팅하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을 한 손에 들고 오로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피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안은 굉장히 넓었고, 마실 수 있는 음료들도 있었고 한국인 가이드분이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이곳에서 쉬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오로라를 보면 된다고 했고, 중간중간에 볼거리 행사도 하니 즐기면 된다고 했다. 너무나도 자유로운 분위기의 투어라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저 오로라를 기다리는 일이기에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았다. 재촉한다고 볼 수 있는 오로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몸을 녹이고 밖에 나가 오로라를 기다리고, 추워지면 다시 티피로 들어와 몸을 녹이기를 반복했다.


11시 즘, 우리를 인솔한 가이드분이 밖에서 볼거리 행사를 하고 있었다. 반팔티에 물을 뿌리고는 몇 번 털고 나니 옷이 그대로 얼어버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걸 보니 몸이 더 추워져서 나는 다시 티피로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고 오로라는 오늘도 나올 기미가 없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지금 같은 날씨는 오히려 눈구름이 생성돼서 오로라가 눈구름에 가려 안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8월과 같은 따뜻한 날이나, 정말 말도 안 되게 추운 2월에 오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8월 따뜻한 날에는 우리가 처음 묵었던 숙소 앞의 호수에서 배를 타고 호수에서 오로라를 보는 이색 투어도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따뜻한 8월을 추천해 주었다.


11월은 영하 15도였는데, 애매한 날씨였던 것이었다.


그런 추위에서도 잠은 쏟아졌다. 체온이 떨어지면 사람이 잠에 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기온이 더 낮아지면 질수록 잠에 서서히 들면서 죽게 된다고도 했던 것 같다. 아 그래서 잠이 오는구나 하고, 멍청한 생각을 할 때 즘(새벽 3시쯤 이었는데, 당연히 잠이 오는 시간이었다.) 투어는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날, 우리는 밴쿠버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갔다.


11월의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캐나다를 다시 간다면 어디를 가보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밴프와 옐로우나이프이다. 그리고 8월 여름쯤으로 해서 푸르른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옐로우나이프로 가서 이번엔 시원한 음료와 함께 오로라를 보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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