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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Apr 15. 2024

11월의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2]

해가 뜬 옐로우나이프는 여전히 추웠다. 숙소 앞에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호수는 꽁꽁 얼어있었고 그 위로 작업차(무슨 작업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고 있었다. 얼어있는 호수 위를 언제 또 걸어보겠냐면서 우리는 호수 가까이로 갔다. 꽁꽁 얼어있는 호수였고 그 위로 저 멀리 차랑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임에도 괜히 얼음이 깨질까 봐 무서웠다. 땅이랑 가까운 곳은 쪼금 덜 튼튼하지 않을까? 해도 떠서 조금 녹아있지 않을까? 혹시나 재수 없게 빠져버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마구 들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우리는 나무로 된 조그마한 선착장의 나무 기둥을 꽉 붙들고서야 얼어있는 호수 위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진 않았다. 진짜 혹시나 재수가 없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1분도 되지 않은 모험을 끝내고 우리는 시내로 걸었다. 춥기는 했으나 생각보다 걸을만했다.


노런 헤리티지 센터의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길 중간중간 현재 온도를 표시한 전광판들이 눈에 띄었다. 당시에 영하 15도 정도였었는데 숨을 쉴 때나마 폐가 아팠다.


여름이 좋냐 겨울이 좋냐고 물어본다면 고민이 들지만 나는 그래도 여름을 택한다. 더운 것도 싫어하긴 하지만 추운 것이 더 싫기 때문이다. 추위는 아픈데 더위는 적어도 아프진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살을 태우는 더위를 겪어보진 못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여름에 38도까지 올라가는 지역에서 살았았다 보니 근 20년간 그런 추위를 겪어보지 못한 내 세포들이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 치려고 미친 듯이 몸을 떨어댔다.


천천히 걷다 보니 박물관에 도착했다. 옐로 나이프의 역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1층 기념품 파는 곳 근처에 오로라 패키지 투어 리플릿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A와 나는 오로라 패키지투어를 신청하기로 하였고 괜찮아 보이는 곳들에 전화를 했다. 물론 A가 전화를 다 했었다.


일단은 저녁 9시에 오로라 투어가 출발할 때까지 숙소를 변경했다. 시내 중심 쪽으로 이동을 해서 투어 가이드가 사람들을 태우러 다니기 편한 곳이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투어이다 보니 맥도널드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


9시가 되기 전에 호텔 로비로 내려왔고, 한 덩치 하시는 가이드 분을 만났다. 개인 가이드를 하시는 분이었고, 봉고차에 탑승을 했다. 다국적의 사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고, 우리를 마지막으로 픽업하여 오로라 투어를 출발하게 되었다.

 

일단은 가이드분이 알고 있는 장소들 중에서 오늘 날씨에 볼 수 있을 것 같은 장소들로 계속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장소를 이동하다 보니 날씨로 인해 볼 확률이 낮은 오로라를 장소를 이동하면서 그 확률을 조금 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옐로 나이프에서 같은 하늘일 테지만, 구름이 껴 있는 곳을 벗어나 좀 더 깨끗한 하늘이 보이는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인 듯했다.


첫 번째 장소에 도착하였다.


100m 밖으로 숲이 있었고, 도로 옆에 잠시 차를 댈 수 있는 정도의 땅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로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다른 여성분이 기억나는 게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이 날씨에 눈이 쌓여있는 이곳에 하이힐을 신고 왔다는 것에 패딩 없이 다녔던(사실 5-6겹을 껴입긴 했다.) 나는 패기에서 확실히 밀려버렸다. 오로라를 찾으면서도 간간히 어두운 숲으로도 눈길이 계속 갔다. 어두컴컴하고 별 빛만 있는 이곳에서 어떤 위협적인 무언가가 숲에서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 만 같이 고요했다. 가이드 분이 실제로 늑대를 본 적도 있고 버펄로도 본 적도 있다고 하니, 무서우면서도 야생의 늑대라면 멀리 서라도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신입생 때, 담당 교수님과 상담을 하는 때에 동물을 좋아한다는 나의 말에 교수님이 '울지 않는 늑대'책을 빌려 주셨다.(영어 공부하라고 빌려 주신 책이긴 했다.) 작가가 북극이었나 어디에서 몇 달 동안 늑대를 쫓아다니면서 쓴 관찰기록인데, 작가가 늑대를 멀리서 관찰했다고 생각했는데 늑대가 반대로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여기 어디선가 늑대가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찬 기운에 적응이 될 때즘에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고자 다시 봉고차에 올라탔다. 출발하기 전 가이드 분이 보온병을 꺼내더니 핫초코를 한 잔씩 나눠주며 간식까지 줬었다. 행복의 공식이 있다면 "추위*핫초코=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몸을 따스하게 녹이며,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맛있는 식당을 추천받기도 했었다.


다음 포인트에서도 오로라는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2-3군데 포인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3시까지 연장을 할 수 있었지만(추가금액이 있었다.) 다들 피곤해서 투어는 여기까지로 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로라를 보는 게 뭐가 중요하냐 일단 잠을 자고 봐야지 싶었다.


아직 1박의 시간이 더 있었으니 내일은 반드시 보겠노라 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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