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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Apr 29. 2024

공항 가는 길

마이앤트메리 "공항 가는 길" 노래를 추천하며

인천 -> 밴쿠버 -> 토론토 -> 옐로우나이프 -> 밴쿠버 그리고 다시 인천으로 가는 날이 다가왔다. 한 달간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캐나다의 거리와 냄새와 소리들에 익숙해진 우리는 밴쿠버에서 못다 한 쇼핑도 하고, 맘껏 산책도 하고 한껏 하루의 여유를 즐겼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여행을 하는 동안 가장 들떴던 순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여행이 아무리 좋다지만, 집 나가면 고생인 것 또한 분명했던 날들이었다. 여행도 쉼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인 것이고, 새로움으로 가득한 자극들을 매일 받으니, 아무리 즐겁고 좋은 자극들이더라도 지치지 마련이었다. 그래도 A 덕분에 이 긴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 탈 없이 여행을 끝마칠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그때, 왜 집으로 돌아가던 날 공항 가는 길이 그렇게 마음이 홀가분했던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상기해 보았다. 단순히 내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닌 것은 나도 여행을 분명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캐나다로 떠나던 날 공항 가는 길은 걱정, 기대, 설렘 등 복합적인 감정들로 가득 찼었다면,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공항 가는 길은, 떠나던 날 가져왔던 감정들을 모두 해소하고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너무나도 홀가분함에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들뜰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래서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거면 해도 후회하는 것이 더 홀가분해질 수 있고 다시 나아갈 힘을 채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에게 여행은 비어있는 머리에 무언가를 잔뜩 채워오는 것이 아닌, 쓸데없이 축적된 감정과 기억들, 그리고 걱정거리들을 비워냄으로써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나의 반복되는 일상을 해나갈 힘이 채워지는 것이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워크숍으로 직장동료들과 갔었던 해외여행은 여행으로 느껴진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만 잔뜩 쌓아온 일로 받아들였나 보다.


아무튼, 인천공항에서 A와 나는 각자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해어졌다. 그 후로 가끔 여행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깔깔대기도 하며, 추운 겨울이 오면 오로라가 있을 리 없는 한국 도시의 밤하늘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또 친구를 언젠가 만나면 그때를 얘기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어떤 떤감정으로 어떤 기억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글을 끝내며...


처음부터 끝맺음까지 이렇게 글을 써본 것은 처음이다. 일주일에 한 회를 쓰는 거야 쉽겠지 싶었지만, 나의 의지는 너무나도 나약했음을 또 한 번 느낀다. 그나마 매주 월요일마다 업데이트를 하겠다는 약속을 한 이 브런치의 시스템과(강제성은 없지만)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거지'라는 나의 고집스러운 신념이 맞물려 끝까지 올 수 있었다.


글의 퀄리티나 재미는 신경 쓰지 말고 '일단은 쓰자'는 목표는 달성했음에 꽤나 뿌듯함을 느낀다.


글을 여행처럼 쓰고 나니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야 늘 가지고 있는 마음이고, 내가 써 온 이 글을 분석하여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 내어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건 너무 일이니까... 그저 아직은 '일단 쓰자'는 마음이고, 긴 여행을 하는 것처럼 꾸준히 글을 쓰는 행위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정독해 준 분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좋아요' 눌러주신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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