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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Mar 18. 2024

몬트리올 -> 오타와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산 바게트 빵은 돌이 되어 있었다. 


"흉기인데?"


 꽤나 당황스러웠지만 진짜 돌은 아니니 먹어도 되겠지 해서 이로 물어뜯어먹었다. 그나마 20대였어서 다행이었지 지금이었으면 이가 나갔을 것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다음 여행지인 오타와로 가기 전에 몬트리올을 좀 더 걷기로 했다.


일단 항구 쪽으로 걸었다. A가 봐둔 무료 전시장도 있었고, 내가 봐둔 시계탑도 다 그 항구 근처에 있었다.

(출처 : 픽사베이)


날은 굉장히 흐렸다. 비도 조금씩 떨어졌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흐릿해서 더 추운 날씨에도 시계탑을 반환점으로 찍어두고서는 반팔 반바지에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계탑을 올라갈 수도 있다 해서 굉장히 기대감에 부푼 나와는 다르게 A는 심드렁했다.


"굳이 그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이유가 뭐야?"

"음... 성취감?"


비약한 논리로 절대 설득될 리 없었지만 A는 고맙게도 따라주었다.


그런 내 기대감과는 다르게 시계탑은 당일 운영을 하지 않았다.

밝아진 A와는 다르게 이제는 내가 심드렁해졌다.


우리는 조깅을 하던 사람처럼 다시 시계탑에서 뒤로 돌아 다음 목적지로 걸어갔다.


중간에 들른 기차역을 닮은 상가에서 쇼핑을 하고 밥을 간단히 먹고, 무료 전시장으로 향했다. 무료였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볼거리는 많았다.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갔고 3층에서 옆의 건물로 넘어갈 수 있었고, 다시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것까지가 다 전시장이었다. 무엇을 봤는지는 아쉽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몬트리올의 기억이 끝이 났다.


다시 버스를 타고 오타와로 가는 길에 운영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놀이공원을 마지막으로 아쉽게도 몬트리올의 기억이 끝이 났다.


캐나다라는 나라 자체도 크지만, 도시도 큼직큼직해서 도시의 구석우석을 돌아다니기에는 시간이 참 짧았다. 한 달의 여행을 한 도시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한 도시를 떠날 때마나 이상하게도 아쉬움도 남았다.


다시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으로 채운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긴장도 많이 된다.


긴장을 풀기에는 오타와는 쉬어가는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날씨는 굉장히 좋았다. 춥지도 않았고 적당히 햇볕도 있었다.

오타와가 쉬어가는 여행이 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잡은 '숙소' 때문일 테다.


오타와에는 감옥을 리모델링해서 게스트하우스처럼 숙소화 한 곳이 있었다.


이런 이색 숙소는 한 번쯤은 묵어봐야 하지 않겠나 해서 A의 동의를 구한 뒤 예약을 했다. 하지만, 좋은 결정은 아니었다. 2주간의 여행으로 피곤도 쌓여있었기에 그래도 숙소라도 편해야 했었다. 감옥 숙소는 꽤 분위기는 그럴듯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복도가 시원시원하게 넓었고, 먹을 것도 많이 구비되어 있었고, 빨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문제는 방이었다.


 감옥 침대 그대로인 2층 침대였는데, 침대에 누워서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는 잠을 편히 잘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게스트하우스이다 보니 다양한 인종, 연령대의 여행자들이 모여 밤에 파티를 하는데, 그 소음이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그 넓은 복도를 울리듯이 퍼지는 소음에, 침대의 삐그덕거림에 마치 죄수라도 된 듯이 열악한 감옥을 제대로 체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그런 숙소를 잡을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숙박비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고서는 다시는 예약하지 않을 것이다.


숙소 근처에 우리나라로 치면 장이 열렸다. 시장을 구경하고 먹을 것도 구하고 할 겸 나왔다. 숙소에 있기 불편한 것도 있었다. 오바마가 먹었다던 비버테일 가게도 보긴 했지만,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일찍 자기로 했다. 제대로 쉬지 못했으나, 쪽잠을 자듯 잠을 자고는 다음 날 오랜만에 A와 나는 서로 자유 시간을 가졌다.

(출처: 픽사베이)


탁 트인 배경으로 웅장한 국회의사당에서 우리는 조금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A는 전쟁박물관으로 갔고, 나는 국립미술관으로 갔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그렇게 미술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정적인 분위기에 정적인 그림을 보면, 잠시 시간이 참 느리게 가고 서둘러 왔던 지난 시간들에 나를 몰아붙였던 마음이 차분해져서 미술관을 좋아하긴 한다. 겸사겸사 예쁘고 멋지다 느껴지는 그림을 보면 생기도 돌기도 한다.


모네의 특별전을 둘러보고서는 예쁜 엽서들을 세트로 샀다. 이 엽서로 친구, 가족들에게 보내는 것도 좋았겠다 싶어 사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쓰지 않고 모아두고 있다.


짧았던 개인 시간을 보내고서는 우리는 다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약속한 시간에 만났다. 그리고 친구 B가 있는 토론토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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