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아침 ③

일본 · 도시가 뛰는 날

by Mansongyee



황궁 코스를 한 바퀴 뛰고
우리는

황궁을 바라보는
큰 통창 앞에 앉았다.


창 너머로

잔잔한 수면이 보였다.


달리기로 달아올랐던 호흡도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도시는 평소처럼 고요해 보였다.

하지만 그 시각
거리에서는
이미 다른 하루가 준비되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여행의 일상에 잠시 젖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길을 걸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활기가 번지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잠시 후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도쿄 마라톤

Tokyo Marathon 2026


전 세계 러너들이
‘꿈의 무대’라고 부르는
7대 메이저 마라톤 가운데 하나다.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우리는 이미 한 바퀴를 뛰었다.

하지만 도시의 러닝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남편도
이 일정은 미처 몰랐던 모양이다.


우리는
이미 모여 있는
수많은 관중들 틈에 끼어 섰다.

잠시 후
휠체어 마라톤이 먼저 출발했다.

그리고 이어서
수만 명의 러너들이
도시의 길 위로 쏟아져 나왔다.

거대한 물결 같았다.
황궁을 한 바퀴 달리던

아침의 작은 호흡이

이제는
도시 전체의 리듬이 되어

거리 위를 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흐름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뛴다.

기록을 위해,
건강을 위해,
혹은
삶을 버티기 위해.

하지만
수만 개의 발걸음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


달리기는

경쟁이 아니라
같은 리듬으로
잠시 함께 살아보는 일이 된다.

나는 생각했다.

오늘 아침
황궁을 달리던 나도
이 거대한 리듬 속의
작은 한 박자였을지 모른다고.



나는 이제,

도시가 뛰는 소리를

조용히 듣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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