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사각의 물
달리고 나서
길 건너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황궁 해자를 바라보는
미사토다이 스타벅스.
나무의 온기가 느껴지는
현대적인 큰 오두막 같은 건물이다.
커다란 통창을 통해
안과 밖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카페 앞에는
정갈한 사각의 물이 있다.
해자의 물길과는 연결되지 않은
조용한 수면이다.
하늘과 바람,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고요히 받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물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통유리창 앞에 앉았다.
그 사각의 물은
거대한 캔버스였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잔잔했던 수면 위로
은빛 비늘 같은 물결이 일어난다.
그 비늘 위로
해자 너머 숲과
황궁의 옛 건물이
파동처럼 흔들리며 비친다.
갇혀 있는 물이지만
빛의 각도와 바람이 바뀔 때마다
그 안의 풍경은
수없이 다른 결로 다시 태어난다.
등 뒤 입구 쪽은
관광객들의 활기로 붐볐다.
하지만 그 소란함조차
이 사각의 수면 안으로 들어오면
하나의 배경음악이 된다.
소음은 물결에 흩어지고
나는 잔 위로 피어오르는 아메리카노의 향과
수면 위의 물결만 바라보고 있었다.
입구 쪽의 소란함은 삶의 활기일 테고
창가의 정적은 삶의 깊이다.
문득 깨닫는다.
내 평온을 방해하는 것은
외부의 소음이 아니라
그것을 밀어내려는
내 마음의 저항이었음을.
소란함을 밀어내지 않고
아메리카노 향 속에
슬쩍 섞어 본다.
그러자 소음은
어느새 배경음악이 되고
비늘처럼 반짝이는 물결은
더 선명해졌다.
결국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게 흐르겠지만
상관없다.
오늘
내 잔 속의 아메리카노는
황궁의 숲과
사각의 평온을
함께 담고 있으니까.
나는 이제,
세상의 소음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그저 내 마음의 수면을
조금 더 고르게 만든다.
소음이 멈춘 것이 아니라
내가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