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이모 Apr 19. 2022

오래된 눈물



갑자기 어떤 음악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나는 경험, 모두들 한 번씩은 있을까?


오래된 기억인데, 그 음악만으로 상대와 나만 아는 장면이 펼쳐진다. 마음에 무언가가 건드려진 걸까.

나는 옛날 그 시절, 멈추어져 있는 장면에 막막하게 서 있다. 당시에는 상대의 진심이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쯤은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그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 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런 나였다.


세월이 오래 흐른 후에, 어느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을 듣다 문득. 내게 상처를 주었다고 믿고 있던 상대를 다시 만난다. 다시 보니, 그 역시 젊고 어리다.  있는 모습이 어딘지 아슬아슬하고 슬퍼 보인다. 나 역시 그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아진다.


순간, 과거의 장면이 일순간에 흘러가버린다. 상처받았다고 믿었던 그 생각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이제껏 한 생각으로 잡고 있었던 어느 장면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따스한 햇살 앞에 속절없이 녹아버린 얼음 같던 내 마음은, 눈물이 되어 흐른다.


내가 거대하다고 느꼈던 그가, 그리 크지 않은 그저 나와 같은 안쓰러운 존재임이 알아진 걸까, 종지 그릇처럼 작았던 내 마음이 세숫대야처럼 커져서 그를 품을 수 있게 된 걸까, 어느 쪽이든 반가운 일이다..

알 수 없는, 아니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흐른다. 

참지 않고 그저 흐르게 놔둔다.

오래된 눈물이다. 이제 흘러갈 때가 되었다.


진심으로 고맙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해본다.

마음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해본다.

내가 이렇게 늘 느적거린다고. 마음마저 이런다고.


그렇게 나는 너를, 아니 나를 용서한다.

이렇게 나는, 한 걸음쯤 더 나를 사랑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가 웃는데 내가 왜 안심이 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