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할 일

by 사과이모

사랑 입장에서는 ‘손’이 참 고마운 존재다. 손이 없다면 도대체 어찌 사랑을 전하느냐는 말이다. 눈빛이라는 녀석이 있다손 치더라도, 눈빛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에게 1순위는 내어주더라도, 2순위 즈음에 ‘손으로 쓰다듬기’를 넣어주지 않으면 ‘손'입장에서는 매우 서운할 법하다.


'쓰다듬다'의 사전적 정의는 ‘손으로 살살 쓸어 어루만지다. 살살 달래어 가라앉히다’이다. 뒤이어 나오는 ‘이마를 쓰다듬다', ‘어머니는 아들의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라는 예시문만 봐도 가슴에 사랑 비슷한 것이 차르르르 차오른다.


누군가 내게 해 준 사랑의 말이나 나를 도와주려 했던 행동들, 소중하고 감사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제치고 내게 1번은 따로 있다. 내 등을 쓰다듬어주는 손길. 따스한 햇살처럼 내 손을 가만히 쓰다듬어주는 느낌. 유난히 머리 쓰다듬어주기 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들. 그 모든 것들이 내 가슴에 ‘사랑’으로 채색되어있다.


내가 손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은 거짓말을 하는데, '손'은 거짓말을 못해서이기도 하다. '사랑한다'는 말소리를 듣는 것보다 한 번의 따뜻한 쓰다듬이 나를 더 안도하게 한다. 사랑받고 있구나, 네 가슴이 내 가슴을 쓰다듬어주는 무언의 몸짓.


어린 시절, 먼 친척 어르신이 ‘너 이름이 뭐니?'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신 기억 역시 '사랑 받음'으로 저장되어있다. 특별할 것 없었던 어린 나에게 이름을 물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을 때 나는 그 모습 그대로도 괜찮은 아이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드니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일이 거의 없다. 어른들도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잘하고 있다고 쓰다듬받기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기대하기보다 내가 나를 어루만져줘야겠구나 생각해본다.


문득, 오른손으로 왼손을 쓰다듬으며 자비의 마음을 가지라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가만히 어루만지면... 왼손은 사랑 받음을 느낀다. 그때 사랑을 전하는 오른손 역시 동시에 사랑을 느낀다. 사랑은 어느 한쪽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주는 그 가슴과 사랑을 받는 그 가슴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오른손이 할 일은, 셀 수 없이 많지만 1번으로 해야 할 일은 왼손을 쓰다듬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왼손이 할 일은, 적지 않게 많지만 가슴을 활짝 열고 오른손의 사랑을 받고 또 그 사랑을 가득하게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내가 나를 쓰다듬고 다독이며 사랑으로 가득 채웠을 때 비로소, 상대를 어루만지고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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