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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이모 Nov 21. 2022

오감 선물

가을과 겨울  양손을 잡고 건너는 계절, 이제는 겨울 손을 덜컹 잡아주려는지 날이 싸늘하다. 날이 추워지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진다. 겨울에 건네는 작은 선물은 묘하게 힘이 세다.  상대가 나를 문득 기억해주길 바란다면, 그와의 연결감을 '물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어가고 싶다면, 오감으로 느껴지는 선물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이다.


비누, 양말, 향초(매일 향초를 는 사람),  

립밤, 핸드크림, 좋은 음악 모음, 음성편지


비누거품이 씻겨 내려가는 물소리를 바라보면서 비누를 선물해준 사람의 안부를 몇 번이고 생각하다가 안부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코로나 덕분인지 생각보다 자주 비누를 만나게 된다. 비누는 후각과 촉각을 동시에 건드리기에 쉽고 빠르게 상대를 떠오르게 한다.


매일 아침, 나를 생각나게 하려면 양말을 선물할 일이다. 목도리나 장갑처럼 어느 하루 놓쳐도 되는 소품이 아닌 매일같이 나와 함께 하는 양말. 보드라운 양말을 신고 첫 발자국 딛으며 고마운 얼굴을 떠올린다. '그냥 당신이랑 잘 어울려서 샀어.' 생각지 않은 선물을 받았던 따스한 장면이 기억나서 마음 어딘가 뜨끈. 발이 시려 보이는 사람을 볼 때면 마음이 시큰해지며 양말 한 켤레 건네고 싶어 진다.


여러 브랜드의 립밤이나 핸드크림을 발라보다가 가장 순하고 촉촉한 녀석을 만났을 때, 꼭 선물 주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너무 사소해서 '오다가 주웠는데 가질래요?' '이거 1+1이라서 샀는데 쓸래요?' 무심히 전하면 내 마음을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음악이든(재즈풍의 캐럴도 좋겠고 바흐 플루트 연주도 좋겠고) 나의 목소리이든 출퇴근길 이어폰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는 소리 선물도 참 소중하다. 청각이 춤출 수 있는 음성 선물은 시각보다 청각에 예민한 여성들에게 특히 좋겠다.


하루를 마치고 자기 전, 당신의 하루는 어땠는지 잠시 떠올리게 하는 향초 선물도 좋겠다. 마음으로 당신의 안녕을 작게나마 기도드리는 순간, 당신의 은은한 향이 고단한 나를 쉬게 한다.


당신의 마음 몇 그램 정도 

담겨있는 선물이 내 앞에 있다.

지금 내 눈앞에는 없는 당신.

시각으로 채워지지 않는 당신을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만난다.

네 가지 감각이 당신을 피어오르게 한다.


생각하며 사는 듯 보이지만 느끼며 살고 있다.

보면서 들으면서 만지면서 느끼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실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


따뜻하게 건너가는 겨울이 되기를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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