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제가 그의 방에 들어설 때마다 저를 보면서 반짝이던 교수님의 눈빛입니다. 누군가 당신을 보게 돼서 진정으로 행복해할 때 우리 마음의 빗장은 어느새 녹아내립니다. 마치 집에 돌아온 느낌과 같지요. 왜냐하면 교수님이 진정으로 저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중에서...
이번 달 '사과이모의 힐링 북클럽'에서 함께 읽고 있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내 인생책 중 하나다. 나 역시 주인공 모리 교수처럼 청년들과 오랜 시간 함께 했기에 그의 삶의 태도는 상담자인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자 미치가 옛 스승 모리 교수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세상, 가족, 죽음, 자기 연민, 사랑 등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동안 무엇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주인공 미치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은사를 '그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대화와 교류, 애정과 같은 실을 잣는 사람이었다'라고 표현한다. 이 아름다운 표현에 오래 서성이다가... 북클럽 분들과 나눠보고 싶어 토론 주제로 올렸다. '내가 떠난 후에 나는 내 지인에게, 내 자식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아, 그분... 이런 사람이었어!'
토론은 따뜻하게 흘렀다. 서로를 향하는 공감과 다정한 눈빛, 연결감과 충만감...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을 거쳐 솔직하고 진실된 사람을 거쳐 다음 생에도 엄마 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를 거치며... 주제는 질문을 던진 내 앞으로 돌아왔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문득, 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진짜로 들으시네요." 이 말이 오래 내 가슴에 남아있는 건 그만큼 '진짜 듣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상담자의 자리에 앉을 때는 나 자신을 도구로 써야 한다는 생각에 귀를 열고 경청자의 얼굴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가까운 지인, 가족들의 말은 건성으로 듣거나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멀리까지 가서 귀를 다 쓰고 돌아와 정작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귀가 없는 사람처럼 굴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나,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 친구의 말이 떠오른 것을 보면 내 원함은 분명하다. 이 몸 떠난 후, 가까운 님에게 이렇게 기억되고 싶다.